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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10일전… 회담전문가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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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회담의 성공을 염원하고 있다. 과거 남북대화에 참여했던 '회담전문가' 들로부터 회담 성공을 위한 체험적 조언을 들어보았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긴 흐름에서 봐야 합니다." 과거 남북대화에 관여했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장기적 접근을 강조한다.

1972년 남북조절위원회 간사위원으로 활동한 정홍진(鄭洪鎭.송원장학재단)이사장은 "정상회담은 분단 55년사의 자연스런 귀결" 이라고 말했다.

김달술(金達述.전 남북회담사무국 자문위원)씨도 "언젠가 해야 할 일을 金대통령이 하는 것" 이라고 표현했다.

분단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반세기에 걸쳐 전임자들의 노력이 축적된 속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꽃피게 됐다는 것. 따라서 金대통령도 '분단사에 작은 이정표를 하나 세운다' 는 심정으로 회담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에게 이번 회담을 차분히 봐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55년간 쌓여온 남북문제가 한두차례 정상회담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만큼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鄭이사장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이라며 "벽돌을 한장씩 쌓아가는 기분으로 정상회담을 지켜봐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균형감각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을 너무 서울의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 해야 할 일〓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남북한 화해와 평화공존이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의 정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金대통령이 남북 기본합의서 이행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 많았다.

91~92년 남북 고위급회담의 대표로 활동한 이동복(李東馥)전 의원은 특히 기본합의서 가동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기본합의서를 강조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91년에 채택된 기본합의서는 남북화해, 불가침, 교류협력, 내정 불간섭, 비방.중상 중지, 국제협력, 공동위원회 구성, 연락사무소 설치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따라서 '합의' 상태에 머물고 있는 기본합의서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천' 단계로 이행(移行)한다면 金대통령으로서는 큰 성공을 거두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대북실무를 오랫동안 다뤄온 권민웅(權敏雄.경북대)객원교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공존.공생의 의지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고 주문했다.

남북조절위 간사위원 보좌관을 지낸 송종환(宋鍾奐.충북대)객원교수도 "평양의 진의만 파악해도 큰 성과" 라고 지적했다.

◇ 유의할 일〓전문가들은 金대통령이 특히 '원칙' 에 대해 합의할 때 그 구체성에 유의하라고 주문했다.

72년 이후락(李厚洛)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金日成)주석이 제시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 등 '조국통일 3원칙' 을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주한미군.국가보안법 문제와 연결돼 두고두고 뒷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宋교수는 "공산주의자들이 협상을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의사(擬似)협상의 행태를 보여왔음에 유의할 것" 을 지적했다. 이럴 경우 좋은 합의서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7천만 남북한 주민은 물론 전세계 시청자가 TV브라운관을 통해 이번 회담을 지켜볼 것이기 때문에 TV용 회담이라는 인식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두 정상은 '민족의 지도자' 이미지메이킹에 대한 욕구가 높을 것이란 얘기다.

KBS 정량(鄭亮)자문위원은 "역사.한반도.평화라는 키워드에 걸맞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 회담 진행〓김달술씨는 "金총비서가 金대통령에게 먼저 말씀을 하라고 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金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손님' 이니만큼 북측이 발언 기회를 양보할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金대통령의 '회담 경쟁력' 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남북문제에 대한 식견, 말솜씨, 순발력, 경험 등을 감안할 때 金대통령이 회담을 잘 풀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金총비서를 얕봐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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