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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립교 "한국유학생 문제아 많다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미국 동부 뉴저지주의 S스쿨은 외국에서 유학을 오는 학생들에 대해선 국제전화로 인터뷰를 해왔다.

그러나 이 학교는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 만큼은 방침을 바꿨다.

앞으로 이 학교에 입학하려는 한국 학생들은 반드시 사전에 미국으로 와 입학 사정 담당자와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를 해야 한다.

인터뷰의 목적은 단순히 학업 수행능력(영어실력)만을 보려는 게 아니다.

학교측은 응시자가 도덕적으로 심성이 올바른지를 먼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동안 미국 사립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학교 재정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의 조기 유학 붐과 맞물려 한국 학생들이 무더기로 몰려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당수 미국 사립학교들이 한국 학생들을 사절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을 많이 받으면 학교 분위기가 흐려진다는 인식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뉴욕주 나이악시 R스쿨 11학년에 재학중인 金모(17)군은 최근 퇴학처분을 받았다.

金군은 올 3월 학기가 시작된 이후 거의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에 미국 친구들을 번갈아 태우고 다니며 이들의 무단결석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미국 학부모들로부터 "한국애들이 많은 학교를 보내면 안된다" 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기 유학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언어소통이 원활치 못해 학교생활 적응이 어렵고 부모와 떨어져 살다보니 무단결석이 잦다.

마약이나 음주 등에 쉽게 빠져들고 시험때면 부정행위를 자주 해 학교측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 등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학교들은 한국 학생들끼리의 '왕따' 란 악습이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도 번질까봐 우려하고 있다.

뉴저지주 S스쿨의 한 교사는 "외국에서 같은 민족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경우 그 정신적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인종이 다른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현상이 유독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유명한 명문인 매사추세츠주의 D고교는 한국 학생에 대한 사정기준을 대폭 강화했고, 코네티컷주의 R고교는 한국인 입학생 수를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학을 오는 한국 학생들에 대해선 그 이전 학교에서의 교우관계를 따지기도 한다.

한 교민은 "많은 미국 고교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생들을 퇴학시키거나 입학을 사절 또는 제한하는 것은 무분별한 조기 유학에서 비롯된 현상" 이라며 "부모들이 자녀의 장래를 생각해서라도 조기 유학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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