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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심 너무 시끄러워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부산 중구 남포동 부산극장 앞. 부산극장 벽에 붙은 대형 스크린에서 예고편 영화음악이 귀가 울릴 정도로 크게 흘러 나왔다.

극장 앞 테이프 노점상도 빠른 템포의 대중 가요를 털어놓고 있다. 거리에서 휴대폰 음성이 잘 안 들릴 정도다.

오락실.노래연습장.쇼핑몰.노점상 등 대로변 가게들이 아무런 통제 없이 시끄러운 음악을 마구 틀어댄다. 특히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광복동과 서면이 심하다.

광복로 매장의 절반 정도가 밖에 스피커를 설치해 상품을 소개하거나 음악을 내 보낸다.

최근 개업한 쇼핑몰 '플러스 플러스' 는 인도를 절반 이상 차지한 채 힙합 댄스팀이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일쑤다.

부산진구 서면1번가 도로변의 대형 오락실에서는 영업시간 내내 오락기계 소리와 게임기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가게마다 출입문을 모두 열어 놓고 DDR 음악을 크게 틀어놓아 옆 사람의 말을 못 알아 들을 정도다.

서면1번가에 밀집한 노래방들은 한결같이 입구에 설치한 TV 모니터를 통해 시끄러운 음악을 내보낸다.

박승준(朴承俊.42.자영업.부산 연제구 연산동)씨는 "세계 여러 도시를 둘러봤지만 부산처럼 시끄러운 곳은 없었다" 며 "도심에 나가면 짜증이 난다" 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생활소음이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더 심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체장들이 표와 지방세수를 감안해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달호(崔達鎬.29)간사는 "도심 상가들이 거의 통제를 받지 않고 소음을 양산하고 있다" 며 "시민에게 조용하게 산책하고 쇼핑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소음공해를 적극 규제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신라대 정홍섭(鄭弘燮.52)교수는 "자극적인 템포의 음악과 리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은 사고력.집중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고 소개했다.

부산시 환경보존과 최상열(崔相烈.36)씨는 "생활소음을 소음진동규제법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해 효과적으로 단속을 못해 민원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 말했다.

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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