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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투자유치 원칙 세워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대구시는 30일 3시간가량의 난상토론끝에 밀리오레의 대우호텔 교통영향평가신청을 수용키로 했다.

한달반을 끌다 이날 마침내 결정이 내려지자, 심의과정을 지켜보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역시 장사꾼이 한수 위" 라며 회의장을 나섰다.

실제로 이번 사안과 관련, 대구시는 밀리오레측에 끌려다니며 그 반응에 일희일비했다.

밀리오레가 2차 교통영향평가 심의결과에 불복, 대우호텔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모양새를 취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다가 다시 보완심의를 요청하자 반색했다. 3차 심의에선 전례없이 심의요청 업체가 교통영향평가서를 당일 회의석상에 내놓기도 했다.

첫 심의를 전후한 4월 중순에는 시 고위간부들이 밀리오레 유치를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인 대외비 문서가 공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밀리오레가 인수하려는 대우호텔도 당초에는 대우측이 유통시설로 짓기를 원했으나 시가 제동을 걸었던 것이어서 '교통영향평가의 잣대가 뭐냐' 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대구시는 '욕을 먹어도 할 수 없다' 는 주장이다.

"쓴 술 한잔 같이 먹은 적 없지만 기진맥진하는 대구경제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는 얘기다.

대구는 패션산업을 일으키겠다는 밀라노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역 의류산업은 서울에 비해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

때문에 문희갑(文熹甲)대구시장은 '미꾸라지 밭에 메기 풀어넣기' 론이나 '특혜도 필요하면 줘야 한다' 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빈사상태에 빠진 지역경제 때문에 다급해진 지방정부로선 앞으로 제2, 제3의 밀리오레 사태를 또 겪어야 할 지 모른다. 지금껏 임기응변식으로 논란만 보태온 지방정부의 민자.기업 유치 행정에도 이제 일관된 잣대를 마련할 때가 온 것같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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