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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선언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주영 명예회장의 '5.31 선언' 으로 현대는 대주주와 경영인이 분리되는 선진형 지배구조 체제로 바뀌게 됐다.

현대그룹.명예회장.회장 등의 직함도 사라진다.

鄭명예회장의 결심은 ▶정몽구.몽헌 형제간 경영권 다툼 이후 초래된 그룹 위기에서 벗어나고 ▶선진형 지배구조를 갖춰 대외 신뢰도를 높이며 ▶정부의 재벌개혁 시책에 부응하는 등 여러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명예회장 3부자의 동반 퇴진은 이날 오전 전격 결정됐으며, 오후 발표 직전 정부에 알렸다.

청와대에서도 이 전갈에 놀랐다고 한다.

정부는 최근의 현대 사태에 책임이 있는 가신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해 왔는데 의외의 빅 카드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鄭명예회장의 결심 배경과 과정 등에는 아직 여러 의문이 있다.

◇ 왜 이렇게 결심했나〓김재수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은 "현대가 자구노력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고 명예회장이 이날 오전 뜻밖에 (자신을)자택으로 불렀다" 며 "각 기업을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만이 국제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했다" 고 전했다.

金본부장은 "명예회장이 언론을 통해 현대 사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고, (기업)설립자로서의 충정에서 결심하신 것" 이라고 말했다.

◇ 자율적인 결정인가〓鄭명예회장이 과연 혼자 판단해 내린 결심이냐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

가신 그룹의 조언이 있었을 것' 등 소문에 대해 현대 측은 "결코 아니다" 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최근 현대건설의 자금난이 심각했으며, 30일 밤 유동성 추가 확보를 중심으로 자구책을 준비한 현대그룹을 정부가 강하게 압박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 현대의 앞날은〓정몽구 회장 측의 반발이 변수다.

정몽구 회장이 승복할 경우 현대는 鄭명예회장 3부자가 대주주로서의 권한과 책임만 갖고 경영에는 손을 떼 '자연인' 으로 남게 된다.

다만 정몽헌 회장은 대북사업에 관해서만 경영에 참여한다.

이들은 곧 각 계열사의 이사직도 사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사는 상호출자.지급보증 등으로 복잡하게 얽혔던 그룹 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의 책임 아래 독립적인 체제로 운용되며 계열사수도 연내 21개로 줄어든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 측이 자동차 소그룹은 계속 경영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용택.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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