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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회담] 김정일 방중 열흘전 전격 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 김정일(金正日)총비서의 중국 방문은 방중 1주일 전께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北京)의 북한 대사관이 지난주부터 새로 대사관 치장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차오양(朝陽)구 르탄(日壇)공원 북쪽 길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이 갑작스레 바빠진 것은 20일 전후. 20일이 토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대사관 관계자가 여럿 나와 대사관 정문 주위의 외벽을 중심으로 페인트 칠을 하느라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대사관 정문 오른쪽에 자리잡은 북한 홍보를 위한 게시판 사진들을 모두 떼내고 새것으로 교체했다.

평소의 단장치고는 규모가 커 혹시 남북한 정상의 평양회담을 앞두고 남북한 협력을 강조하는 새로운 내용의 사진이 내걸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金총비서의 베이징 도착 전날인 28일께 선보인 게시판은 과거와 비슷하게 고(故)김일성(金日成)주석과 金총비서 사진을 한가운데에 놓고 여타 북한의 발전상을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金총비서가 중국 방문 기간 예고없이 북한 대사관을 찾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베이징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말했다.

○…중국 당국 관계자들은 金총비서의 갑작스런 중국 방문에 대해 상대의 허를 찌르는 데 명수인 金총비서가 또다시 일반의 예측을 뛰어넘는 행동을 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이 5월 호주와 관계를 정상화할 때도 金총비서 지시에 따라 전격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金총비서의 이같은 행동은 얼핏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면밀하게 각종 상황을 분석한 뒤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중국측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金총비서가 그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외부에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신중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金총비서는 베이징에 도착한 뒤 30일 오후까지 줄곧 중국을 찾는 국빈들이 머무는 댜오위타이(釣魚臺)에 체류하면서 중국 당국의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의 서방 외교 소식통은 金총비서가 필요한 중국 당국자들을 댜오위타이 안에서 모두 만나고 있으나 삼엄한 경비 등으로 외부 노출이 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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