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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고발 '왕따'…투쟁나선 김학경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따돌림당할 때마다 학생들의 선한 눈망울을 생각하며 버텼습니다. "

지난해 6월 재직 중인 학교 비리를 모 방송사에 익명으로 제보, 교육 현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던 서울 A고 교사 김학경(金學慶.35.윤리)씨는 "지난 1년 동안 학내에서 배신자로 지목돼 '왕따' 당했다" 고 말했다.

지금까지 몇차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도 가족들을 생각해 신분을 밝히지 않던 金씨는 31일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그는 "더 이상 집단 따돌림을 버틸 수 없어 시민단체와 연계해 당당히 불의와 맞서기 위해 신분 공개를 결심했다" 고 밝혔다.

金씨는 지난해 학교측이 실기지도.잡부금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거둬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방송사에 제보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A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 재단이 16억원을 전용한 사실을 밝혀내고 재단이사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 金교사가 밝힌 왕따 사례〓그는 제보 이후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과 거의 대화를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동료들이 학교측으로부터 金씨와 친한 교사로 보일까봐 멀리했기 때문이다.

학교 식당에선 주변에 어느 누구도 앉지 않아 혼자 식사했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교무실에 있던 그의 윤리교과서가 찢겨진 채 발견됐다. 金씨가 "교권침해" 라며 학교측에 항의하자 "당신의 자작극 아니냐" 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일부 교직원들은 "학교를 어렵게 한 사람은 나가라" 며 집단 성토했다고 한다.

지난 2월에는 金씨가 자료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자 학교의 한 관계자는 "학교를 망친 사람이 컴퓨터는 왜 사용하느냐" 며 뒷머리를 때리며 자료실 밖으로 끌어내기도 했다. 또 학교측은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 며 사표를 강요, 결국 金씨는 10년 후에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 시민단체.학생 도움〓참여연대.전교조서울지부 등 4개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6일 '내부 고발 양심선언 교사 보호를 위한 대책위원회' 를 발족했다.

재학생들도 전교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金씨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는 등 사이버 시위에 나섰다.

◇ 학교측 입장〓학교측 관계자는 "金교사는 평소 동료 교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제보 내용에도 허위.과장된 부분이 많다" 고 주장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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