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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병영] 下. 특수전 부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달 22일 새벽 경남 진해만. 두눈만 빠끔히 보이는 검은 잠수복을 입고 무장한 군인 20여명이 해안선을 따라 구보를 하고 있다.

해군 특수전 여단 폭발물 처리반(EOD)요원들이다. 맨몸으로 달려도 숨이 차건만 온몸이 졸리는 잠수복에다 특수장비 20㎏을 걸치고도 별로 힘든 기색이 없다.

차재욱(車在旭.24)병장은 "훈련 도중엔 고통스럽지만 훈련이 끝난 뒤 밀려드는 뿌듯함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고 말했다.

車병장 부대는 선박테러 진압.수중 폭발물 처리 등 해군의 특수전을 수행한다. 1998년 동해안에서 북한 잠수정이 발견됐을 때 잠수정 안으로 처음 들어간 부대며, 연평도 해전 때도 북한 전투함들이 이 부대 저격수들에게 혼쭐이 났었다.

데미 무어가 주연했던 영화 '지아이 제인' 에 나오는 미 해군 특수부대와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연세대 공학부 2학년을 마치고 98년말 해군에 자원 입대했던 車병장은 일병 때인 지난해 5월 이 부대에 또다시 자원했다.

車병장처럼 각 군의 특수부대 사병들은 모두 자원병들로 이뤄져 있다. '편함' 만을 추구할 것 같은 n세대 젊은이들 가운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야 하는 특수부대에 자원하는 사례가 많아 눈길을 끈다.

이들이 주로 자원하는 부대는 해병대.육군 특전사.해군 특수부대 등. 지원자들이 너무 많아 재수.삼수는 거의 '필수' 코스로 알려져 있다. 육군 특전사.해병대 사병은 매번 평균 5~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육군 특전사 귀성부대에는 20여명의 3수생이 있으며 4수생도 4명이나 있다.

귀성부대 李준호(21)하사는 매일(공휴일 제외) 오전 산악 구보와 특공무술 훈련을 받는다. 오후에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전술.사격.통신.폭파 등 주특기 훈련을 받는다.

오후 4시부터는 축구 등 집단 구기훈련과 특전 사물놀이가 이어진다. 말이 사물놀이지 쉴새없이 움직이는 전투력 창출 훈련이다. 해마다 4~6차례 낙하산 강하훈련, 헬기 레펠 훈련 등을 받는다.

보병에 비해 훈련량은 세배를 넘고 훈련강도는 네배나 세게 설계됐다는 것이 부대측 설명. 귀성부대장 鄭동명 준장은 "n세대 부대원들이 솔선수범해 조국을 위해 힘든 훈련을 참고 이겨나가는 게 자랑스럽다" 고 말했다.

빨간 명찰.팔각모자로 상징되는 해병대에는 가족.친지의 권유로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

해병 2사단 청룡부대 이호석(李浩碩.23.8백33기)병장이 6대1의 경쟁을 뚫고 자원입대한 것은 98년 7월.

"해병대는 가지 말라는 친지들이 많았지만 해병대 출신인 아버지(1백84기)의 가르침을 따랐다" 고 그는 말한다. 李병장의 동생 호철(21)씨도 재수 끝에 올 초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3부자가 해병대 가족이다.

1백5㎏의 고무보트를 6명이 머리 위에 이고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을 달리며 물살과 싸워야 하는 상륙작전. 가파른 절벽 위에서 외줄에 생명을 의지한 채 뛰어내리는 암벽타기….

입대 3개월 때 야간 무장행군 중 혼절까지 했지만 전우들의 도움으로 임무를 완수한 경험도 있다. 특수부대 지원병 중에는 명문대 출신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해군 특수전 여단에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명문대 재학 중 입대한 사병들이 1백명에 육박하며 모든 사병이 전문대 이상 학력이다.

또 평범한 군생활로는 배울 수 없는 다양한 기술도 배운다.

해군 특수전 여단의 車재욱 병장은 인명구조.화약류 관리기사.수중용접기사.잠수기사.위험물 취급 자격 등 5개의 자격증을 군복무 중에 얻었다. 제대 후 창업을 해도 가능할 정도다.

"군생활은 극한 상황을 체험함으로써 난관 극복 의지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

수영을 못하는 상태에서 입대해 이제는 손.발을 묶은 상태에서 몇시간 동안 수영하는 '결박 수영' 법까지 배운 車병장의 늠름한 말이다.

김상진.엄태민.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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