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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어린이의 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사람은 알게 모르게 항상 눈물을 흘리며 산다. 기쁠 때나 슬플 때 흘리는 '정서적 눈물' 이 있는가 하면 마늘이나 양파의 냄새를 맡고 흘리는 '자극적 눈물' 이 있고, 하품을 할 때 흘리는 자연발생적 눈물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외에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선(淚腺)에서 항상 눈물을 분비한다. 이 눈물은 눈의 건조를 막고, 세균이나 먼지를 씻어내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양은 매우 적어 하루 0.6㏄로서 1년에 약 2백20㏄가 된다고 한다.

한데 똑같은 눈물인데도 어떤 경우에 흘리느냐에 따라 그 화학적 성분이 다르다는 게 재미있다. 마늘 냄새를 맡고 흘린 눈물보다 슬플 때 흘린 눈물에 단백질이 많다는 이론이 나왔는가 하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중 어느 쪽이 흥분하느냐에 따라 눈물의 성분이 달라진다는 이론도 제기돼 있다.

즉 화를 내 교감신경의 흥분으로 눈물을 흘리면 수분이 적고 나트륨이 많게 되며, 슬프거나 기쁠 때 부교감신경의 흥분으로 눈물을 흘리게 되면 수분의 양만 많아진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여자가 남자보다 더 잘 우는 게 아니라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잘 운다는 것, 어른이 될수록 눈물이 적어지는 것은 신체적인 조건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억제하는 이성적인 힘이 강해지기 때문이라는 것 따위다.

사람이 일평생을 통해 눈물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은 10세까지며, 그 이후에는 갈수록 줄어 40세가 넘으면 그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도 약해진다' 는 것은 눈물의 양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의 문제인 셈이다.

분단 이후 처음 북한의 평양 학생소년예술단 어린이들이 사흘간의 공연을 마치고 엊그제 서울을 떠날 때 남북의 어린이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려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버스에 탄 채 창밖으로 남쪽 어린이를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북한 어린이의 모습도 보였다.

남북의 어린이들은 헤어지기 직전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을 합창했지만 그들의 눈물 속에는 '통일' 보다는 원초적인 인간애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음직하다.

곧 있게 될 남북 정상회담도 이런저런 '현안' 보다 본질적이며 순수한 '사랑' 이 전제되는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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