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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지방에선] 금속활자본 '직지' 오페라로 되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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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말한다. 바야흐로 문화라는 향기와 예술이라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인류의 생존은 아름다울 것이라고 예언하는 미래학이 주목을 받는 시대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을 꾼다. 아름다운 문화예술이 거리거리 집집마다 가득하리라고 말이다.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인류사의 어느 시기라도 문화는 중요했고 중요할 것이며 또 중요하다. 예술 역시 단 한순간의 쉼 없이 인간의 생존을 감싸고 있으며 노동이라는 고귀한 생산과 함께 언제나 유희로서의 예술은 존재했다. 따라서 21세기라고 해서 특별히 더 문화의 세기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런 가정을 해 보자. 과거처럼 군대를 파견하고 노동과 자원을 약탈하는 구식민지가 아니라 사이버와 금융자본과 문화로 민족국가를 지배하는 문화제국주의 체제가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신자유주의와 세계국가체제에서 연방국가로 겨우 겨우 목숨을 연명하면서 자국어를 수호하는 정도에 머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민족문화를 지키고 민족적 감정과 삶의 원리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문화예술에서도 거대한 자본이 작은 자본을 약탈하고 지배할 것은 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문화적 약탈을 피해서 문화제국주의의 권력을 해체하고 민족문화와 지역문화가 평등하도록 문화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 '직지(直指)' 의 고장 청주에서 미래의 문화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름은 '직지 오페라' . 오는 9월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초연될 작품이다.

우리 민족이 생산한 가장 세계적인 자산인 금속활자본 '직지' 를 민족자본으로 재생산하고 또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재창출하기 위해서 우리 문화의 전사(戰士)들은 오페라 형식으로 문화의 민족자본을 축적하고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성전(聖戰)이리라. 민족적 삶의 내용과 역사를 세계적 형식인 오페라로 보여주려는 여기 청주엔 모란꽃 환히 피었고 무심천엔 하얀 왜가리 날아다닌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직지 오페라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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