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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신학철씨 '모내기' 그림 보존 요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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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민중미술가 신학철씨의 그림 '모내기' 와 관련, 유엔 인권이사회가 "그림을 폐기해서는 안된다" 는 결정을 내리고 이를 한국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31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29일 서한을 통해 신씨의 그림 원본을 폐기하지 말 것과 6개월 이내에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고 밝혔다.

인권이사회는 신씨의 그림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유엔 인권규약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심리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권이사회는 '모내기' 를 폐기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은 인권이사회가 이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는 동안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인권규약 절차규칙 제86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실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이 신학철 씨의 대리인인 조용환 변호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알려졌다.

신씨는 1987년 모내기하는 농부가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양담배 등을 바다로 쓸어넣는 남쪽과 풍년을 경축하며 행복한 모습을 짓고 있는 북쪽을 대비한 '모내기' 그림을 그렸다가 89년 국가보안법 위반 (이적표현물)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98년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된 뒤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신씨는 징역10월형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으며 '모내기' 등 그림 3점은 국가에 몰수돼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신씨는 지난 4월 25일 '모내기' 그림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판결이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가협.민예총.민미협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엔의 결정으로 예술작품 폐기라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돼 안도한다" 고 밝히고 " '모내기' 사건이 국제사회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고 유엔의 심리를 받고 있는 지금, 한국정부는 국가보안법에 의한 예술품 파괴라는 사상 초유의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유엔의 결정을 수용하여 그림을 폐기기하지 말고 작가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고 주장했다.

조현욱.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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