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적자금' 이란 게 뭐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요즘 신문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에 하나가 '공적자금' 일 겁니다.

이를 키워드로 PC통신 유니텔 기사검색을 해보면, 1997년 53건에서 98년 6백62건, 99년 5천6백30건으로 관련기사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을 정돕니다.

올들어 5월28일까지 관련 기사건만 해도 이미 1천4백83건을 기록하고 있군요.

공적자금 (public fund) 이란 금융기관이 부실 채권(債權)을 감당하지 못해 비틀거릴 때 망하지 않도록 지원하거나 빚 때문에 문 닫은 금융기관 대신 예금을 대신 지급해주기 위해 정부가 우회적으로 대 주는 돈을 의미합니다.

금융기관이 망하면 기업 하나가 부도나는 것보다는 그 여파가 훨씬 크기 때문에 그냥 둘 수 없는 경우가 많지요.

너무 어렵다구요? 공적자금은 어디서 나오는지, 또 부실채권은 뭔지 등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지요.

여러분도 기억하겠지만 97년 IMF 위기 이후 많은 금융기관이 망해 넘어질 처지였습니다. 이에 정부는 98년 9월에 64조원을 마련해 급한 불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이 돈이 바로 공적자금입니다.

그 돈을 어떻게 구하는지도 궁금할 것 같군요. 금융상품인 채권(債券)을 발행해 얻은 돈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관리하는 자산관리공사.예금보험공사가 전면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자산관리공사는 금융기관들이 갖고 있는 부실채권을 깎아서 사주는 곳이고, 예금보험공사는 자산보다 빚이 많은 금융기관에게 종잣돈을 지원해주거나(증자) 문닫은 금융기관 대신 고객들에 예금을 대신 내주는 돈주머니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 부실채권이란〓빌려준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채권(債權)이라고 합니다.

부실채권을 영어로 'bad debt' 이라고 하지요. 다들 알다시피 '나쁜 빚' 이란 뜻이지요. 왜 나쁘냐고요? 돈을 빌려줬다가 되돌려 받기가 어려워져 원래보다 권리의 값어치가 떨어졌거나 아예 없어졌기 때문이죠.

우리 말로는 같으면서 다른 의미의 채권(債券)이란게 있지요. 그것은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누가, 얼마를, 이자는 어느 정도로, 언제까지 돌려주기로 하고 찍어낸 종이쪽지입니다.

이것을 주고 돈을 빌리는 것이죠.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기업이 부도 등으로 돈을 갚지 못하거나 그럴 우려가 높은 상황으로 빠진 경우를 두고 '부실채권이 생겼다' 고 합니다.

부실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금융기관은 받아야 할 돈을 계속 못받고 있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앞 서 말한 자산관리공사는 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이런 부실채권을 청소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 못받을 우려가 많은 채권이니만큼 값을 후려쳐서 사줍니다. 가령 1천만원을 돌려받게 돼 있는 부실채권을 4백만원 정도로 깎아서 사는 것이지요. 이 경우 금융기관으로서는 적은 액수나마 확실한 현금을 받아 경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부실채권은 1998년 3월 1백12조원에서 지난해말 현재 66조7천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정부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사들이거나 부실 금융기관 퇴출, 자체 정리 등으로 부실채권 92조원을 청소했으나 47조원의 부실이 그동안 새로 생겼기 때문이죠.

◇ 공적자금 투입되면〓공적자금으로 아무 금융기관이나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금이 지원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실금융기관 혹은 부실징후가 있는 금융기관으로 지정돼야 합니다.

따라서 "공적자금을 지원해달라" 고 요청하는 금융기관이 있다면 스스로 "우리를 부실기관으로 정부가 지정해달라" 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은 셈입니다.

결국 국민부담이 되는 돈이 부실청소에 들어간 만큼 해당 기관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합니다.

조직.인력 감축 등의 철저한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이 지원된 금융기관에는 '금융 검찰' 격인 금융감독원이 특별검사를 실시해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 손해를 입힌 만큼 물어내라고 하거나 법을 위반했으면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도록 다그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13일 현재 공적자금이 지원된 2백40개 부실금융기관중 2백37개 기관에 대해 검사를 끝내고 해당 금융기관 임직원 1천9백48명에게 갖가지 책임을 물었습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