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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병영] 中. e-내무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부산 3함대사령부 김성만(金成萬.소장)사령관의 e-메일 주소는 '아이디어 김' 이다. 金소장은 장병들과 e-메일로 대화를 나눈다.

따라서 부대 내에 구타 등 폭력행위나 부조리가 파고들 틈새가 없다. n세대가 입대하면서 하의상달(下意上達)이 활성화되고 부대 운용도 매끄러워진 것이다.

육군 11통신여단은 지난달 각 중대 내무반에 있는 펜티엄급 PC를 케이블로 연결, 매주 화.금요일 동아리 시간과 주말에 스타크래프트 게임 대항전을 열고 있다.

장현석(21)이병은 스타크래프트 경력 1년6개월의 베테랑.

장이병은 군 입대전 배틀넷(온라인 전투게임)랭킹 75위를 차지했었으며 5월 초 부대내 스타크래프트 대항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육군 36사단 태백산부대 장병들 중 일부는 가상주식 투자도 한다. 일과가 끝나면 인터넷방에 모여 당일의 증시 상황을 점검한다. 가상투자한 주식의 등락을 확인하고 요인을 분석하는 등 e-비즈니스를 익히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립대 경제학과를 다닌 박근한(朴根漢.23)병장은 "군 생활을 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경제동향을 익힐 수도 있으니 '군에서 3년간 썩는다' 는 말은 이제 옛 말" 이라고 했다.

육군 충용부대 본부대 애니메이션 동아리 장병들은 대학 때 전공을 활용, '충용 영웅 신화' 와 '충용 용사의 충.효.예' 등 2권의 만화책도 직접 제작했다.

이들은 부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일과 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캐릭터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넘나들고 있다. 계원예술조형대 애니메이션학과를 다니다 온 이동우(李東祐)이병은 "전공을 살리는 취미생활까지 할 수 있어 병영생활이 즐겁다" 고 말했다.

지난 8일 육군 쌍룡부대 인터넷 교육장. 올해 초 입대한 김두영(金杜瑩.21)이병이 아버지 김홍정(56.서울시 강서구)씨와 어머니 한수경(54)씨를 만났다. 군 입대 후 처음 맞는 어버이 날인 이날 金이병은 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지는 못했지만 사랑과 감사의 말을 전했다. 컴퓨터 화상면회를 통해서다.

이날 이 부대에서는 3명의 병사가 부모와 화상으로 면회를 했다. 컴퓨터 화상을 통해 4~5분씩 부모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눴다. 정문열(鄭文熱.21)이병은 "직접 뵌 것과 다름 없었다" 며 기뻐했다.

n세대가 대거 입대하면서 각급 부대들이 이들의 욕구를 반영, 초고속 통신망을 갖추고 인터넷방을 설치하면서 병영 풍속도가 확 바뀌고 있다.

쌍룡부대는 웹 카메라가 내장된 10대의 컴퓨터를 갖추고 인터넷 PC방을 설치했다. 장병들은 이곳에서 게임은 물론이고 컴퓨터를 이용한 값싼 시외전화도 하고 여자친구들과 채팅도 즐긴다.

육군 1군수지원사령부에 근무하는 정강재(鄭康在.25)일병은 지난 2일 서울에 사는 여자친구로부터 e-메일로 편지를 받았다.

鄭일병이 e-메일로 편지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부대 내에 설치된 군사우체국의 홈페이지 덕분이다. 우체국측이 지난 4월 초 우체국 홈페이지를 개설(133p@dreamwiz.com)해 이곳에 접수되는 메일을 예쁜 편지지에 출력, 해당 병사에게 전해주고 있다.

鄭일병은 "병영에서 e-메일로 사적인 편지를 주고 받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며 기뻐했다.

n세대가 주축이 된 21세기 병영은 불과 1, 2년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육군본부 관계자는 "장병들은 물론이고 장교들도 컴퓨터를 모르면 군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 라며 "장교들이 사병의 정서를 이해하고 제대로 지휘할 수 있도록 엑셀.파워포인트 등 프로그램을 배우고 연말까지 정보검색사 자격을 따도록 독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찬호.김관종.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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