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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되려면 어떻게해야 되나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만화가요!"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번쯤 했을 대답이다.

하지만 이런 대답을 한 뒤에는 으레 혼쭐이 나게 마련이다. "한번만 더 만화가란 얘길 꺼내봐…" . 만화는 저속한 장르란 인식이 팽배했던 까닭이다.

요즘은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만화 출판사에는 "우리 아이가 만화에 소질이 있는지 봐달라" "만화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는 등의 문의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어진다.

젊은층일수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데다 만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만화가가 될까. 만화가가 되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메이저 만화 잡지사에서 주관하는 신인 공모전. '엘리트 코스' 며 가장 안정적인 데뷔 방식이기도 하다.

대원.삼양.서울.시공사.학산 등 각 만화 출판사는 상.하반기 두 번에 걸쳐 공모전을 개최한다.

대개 20~30쪽 분량의 단편이나 장편의 일부를 제출하는 형식이다. 담당 기자에 의한 1차 심사, 편집장과 유명 만화가들에 의한 2차 심사를 거친 후 당선작을 발표한다.

응모자는 평균 2백~3백명 정도이며 작품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5~6명의 작가를 뽑는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당선 후에는 출판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도제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에서 신인 공모전이란 제도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소년 챔프(대원)' 에서 공모전 당선작을 본격적으로 잡지에 연재하면서부터.

도서출판 대원의 오태엽 기자는 "공모전의 심사 기준은 화면 구성이나 스토리 배치 등을 따지는 연출력과 그림체, 그리고 시나리오의 완성도" 라며 "해당 만화잡지의 성공 여부는 철저히 공모전 출신 작가에게 달린만큼 잡지사는 신인 발굴에 전력을 기울인다" 고 말한다.

천계영.이명진.양영순.손희준 등이 신인 공모전을 통해 데뷔한 대표적인 작가다.

또 하나는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는 방식. 어시스턴트 개념이며 스태프의 일부로 일하게 된다.

가장 기초적인 지우개질부터 펜선 연습, 스크린톤과 배경 작업, 펜 터치와 데생 순으로 실력에 따라 난이도가 높은 작업을 맡게 된다.

공개 모집보다는 출판사나 지인을 통한 소개가 주를 이룬다.

학산문화사의 박성식 팀장은 "프로 작가와 똑같이 밤샘 작업도 하면서 작품의 제작 과정과 노하우를 생생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반면 수입은 식비와 교통비 수준에 그친다" 고 설명한다.

단단한 각오가 없으면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 작가의 신뢰를 얻으면 추천에 의해 데뷔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데뷔까지 걸리는 시간은 1~2년부터 7~8년까지 개인의 실력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비교적 체계적이고 내용성있게 데뷔를 준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 작업이나 만화 교실에서 실력을 쌓은 다음 습작 원고를 들고 직접 출판사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굳이 공모전 기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당장 데뷔를 노리고 있지 않아도 출판사를 찾는 것은 적극 권할 만하다.

상업적 감각이 뛰어난 담당 기자들의 조언이 작업에 적잖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굳이 프로 작가를 꿈꾸지 않는다면 동인이나 동호회를 통한 개인적 작업 방식도 있다.

이들은 아마추어만화가연합에서 주최하는 'ACA 만화전' 이나 2~3개월에 한번씩 열리지만 4백팀 가량의 동호회가 참가하는 '코믹 월드' 등의 만화전에 작품을 내놓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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