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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전후 어정쩡한 청산이 일본 우경화의 씨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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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대일본의 역사
원제 A Modern History of Japan
앤드루 고든 지음, 김우영 옮김
이산, 656쪽, 2만9000원

왜 일본은 지금도 과거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가. 일본의 그런 역사의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 그 해답을 찾으려면 일본의 근.현대사를 들춰봐야 한다. 도쿠카와 바쿠후에서 출발한 이 책은 메이지유신 이후 부국강병 노선이 어떻게 군국주의로 변질됐는지, 그리고 그 유산이 어떻게 21세기까지 이어졌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는 특히 20세기 이후의 일본사를 '통전기(通戰期.transwar)'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20세기 초의 공황기로부터 전중기(1927~45)를 거쳐 전후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정치.경제.사회 제도엔 연속성이 나타난다는 뜻에서다.

그 배경으로 저자는 미국의 점령정책을 꼽는다. 물론 미 군정은 처음엔 이런저런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천황제를 인정하고 구 지배세력의 복귀를 허용하고 말았다. 저자는 이를 '역코스'라고 부른다. 개혁이 후퇴했다는 의미다. 이는 소련에 대항해 일본을 하루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는 미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결국 전쟁을 이끌었던 보수세력은 개혁의 칼날을 피해 지금까지 끈질기게 살아남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의 일본의 우경화는 놀라운 일도 아닌 셈이다.

저자는 또 일본이 역사교과서에서 난징학살이나 종군위안부 문제를 왜곡 또는 삭제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와 관련 책의 말미에서 비수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려는 욕망과 과거의 불의를 정직하게 검토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라며.

앤드루 고든(53)은 미국에서 손꼽는 일본사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하버드대 역사학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전문분야는 일본 근.현대 노동운동사.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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