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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국가예산은 눈먼 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국가예산이 무슨 눈 먼 돈입니까. "

24일 31명을 무더기 구속한 검찰의 말처럼 한.일어업협정과 포항 신항건설에 따른 어선감척.어업손실 보상금 지급은 한마디로 비리의 진열장이었다.

포항시 공무원 鄭모(40)씨는 어업손실 보상금을 많이 주기 위해 5개 어촌계장에게 부풀려진 조업사실확인서를 작성케 해 수억원의 국고가 새나갔다. 검찰은 "내돈 아니니 마음대로 써도 괜찮다는 식이었다" 며 혀를 찼다.

경북도 공무원 徐모(48)씨는 선박중개상 田모(51)씨의 배 4척이 출어사실이 없거나 조업이 불가능한 데도 3백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허위공문서를 만들어 田씨가 8억여원의 보상금을 받도록 했다.

여기엔 포항시 공무원 吳모(43)씨, 감정사 朴모(36)씨 등이 가세했다.

어민들이 동원한 수법도 기가 차다. 李모(51)씨는 1997년 충돌사고로 자신의 동건호가 침몰하자 安모(49)씨와 짜고 安씨의 배 이름을 지우고 그 위에 동건호로 적어 감척보상금 1천5백만원을 타냈다. 없는 배를 만들어 낸 수법이다.

수산업자 高모(60)씨는 자신의 회사 직원 8명이 어업손실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없었지만 허위고용확인서를 만들어 1명당 7백여만원씩 5천8백여만원을 가로채도록 했다.

조업일수.어획실적 등을 부풀린 서류로 많은 돈을 타낸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이런 식으로 잘못 지급된 보상금은 자그마치 24억원. 포항지역 전체 보상금 1백79억원의 6.7%나 됐다.

하기야 이들만 탓할게 아닌지도 모른다. 보상 기준부터 부정.비리를 유혹할만큼 허술했기 때문이다.

조업일수 등을 확인할 입출항.매매영수증 관리가 엉망이었고 확인된 선박조차 자의적 평가 여지가 컸던 것.

중앙정부든 일선 공무원이든 세금 내는 국민이 허탈해하지 않도록 맡은 일에 무거운 책임감을 좀 느껴줬으면 싶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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