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추석 맞나?…장이 안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 추석대목장에 "추석이 없다". 추석을 한 주일 앞둔 20일 서울시내 대형백화점 의류매장엔 둘러보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한산하기만 하다. 임현동 기자

"올해도 추석이 있긴 있습니까?" 서울 남대문시장의 건어물상 김모씨는 20일 이렇게 반문했다. 예전엔 추석 몇주 전부터 소매상들이 물건을 떼러 몰려드는데 올해는 도매든 소매든 매기가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올해는 소매 상인조차 추석 대목을 아예 포기한 모양"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남대문시장 송이 상점인 서울상회 박대혁 사장은 "남대문시장 장사 40년 만에 올 추석 같은 불황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품 기준으로 1kg에 80만원 하던 송이버섯이 올해는 25만원선으로 뚝 떨어졌지만 판매 물량은 지난해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박 사장은 "남대문시장은 지금 일본인이 먹여 살리다시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윤리경영인가 뭔가 때문에 기업들의 선물용 주문은 거의 없고, 그나마 송이버섯을 사 가는 사람들은 일본 관광객들뿐"이라고 설명했다.

추석이 한 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백화점.대형 할인점.재래시장 어디에서나 추석 경기를 느끼기 어렵다. 추석 경기의 체온계라는 남대문시장에선 노점상부터 큰 점포 주인들까지 아예 손을 놓고 있다. 백화점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고, 그나마 손님이 몰린다는 할인점도 지난 주말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반응이다.

19일 오후 2시쯤 롯데백화점 창동점에 쇼핑을 갔던 김정희씨는 "휴일에 가장 붐비는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이 여유있고, 매장도 썰렁해 놀랐다"고 말했다. 브랜드 세일, 추석 세일 등 겹세일이 한창이지만 초저가 떨이 상품 매대에만 손님이 몰릴 뿐 일반 매장은 평일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요즘은 구경하러 오는 손님도 줄어들어 올 추석 경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선물 판촉을 벌이고 있는 롯데.현대.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은 올 추석 선물 판매가 수치상으론 지난해보다 10~20%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먼저 선물 특판 기간이 지난해에는 10일 정도였던 데 비해 올해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해 20일 이상 판매한 수량이 이렇다는 것이다. 또 백화점들은 선물세트 판매를 위해 보통 10% 할인, 사은품 제공, 5~10개 사면 하나 더 주기 등 유례없는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그나마 팔리는 물량도 이런 안간힘에 따른 것이라고 백화점 관계자들은 진단한다.

이들은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캠페인 때문에 기업들의 구매가 지난해보다 5~10% 정도 줄었다"면서 "선물 가격도 예년에 10만원대가 주류였다면 올해는 4만~8만원대로 낮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상품권 매출의 65%가 법인카드 결재였는데, 올해는 그 비중이 60%로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업체.부동산 개발업체 등 명절 선물시장의 전통적인 '큰 손'들까지 몸을 사려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 백화점은 지난해보다 추석 매출이 2~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할인점 그랜드마트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도 쇼핑객들이 선물세트 가격대만 물어보고 거의 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추석 경기가 썰렁해지면서 백화점.할인점 등은 개점시간을 평소보다 1~2시간씩 늘리고, 추석 휴가도 일부 반납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은 28, 29일 이틀만 쉬고 나머지는 정상영업한다.

양선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