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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도용' 사기 판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회사원 廉모(28.여.서울 영등포구 양천동)씨는 지난달 12일 가입한 적이 없는 S이동통신사로부터 "2년 전의 호출기 사용료 미납금 2만7천2백90원을 지불하라" 는 최고장을 받았다.

회사측에 항의한 그녀는 W씨(24)가 자신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도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廉씨는 1995년 장기 연체 의류대금 93만원을 갚으라는 독촉장을 받았으며, 98년 10월과 99년 2월에는 각각 다른 의류회사로부터 수백만원의 대금 청구서가 날아왔다.

그때도 그녀는 각 회사로 직접 찾아가 구매 회원카드 가입자가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도용했다는 사실을 확인받아 간신히 해결했다.

최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몰래 휴대폰.회원카드 등에 가입해 사용한 뒤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명의 도용이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명의도용 피해 신고가 98년 2백89건이었으나 99년 2천4백32건, 올해는 1천3백80건(5월 22일 현재)으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특히 휴대폰.호출기 등 이동통신업체마다 가입자 수를 늘리는데만 급급해 아르바이생을 고용한 판촉행사에서 본인 확인을 하지 않고 있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동통신뿐 아니라 인터넷 유료서비스.PC통신.전화개설.회원카드 등도 신분 확인이 허술해 명의 도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S.L카드 등 신용카드사와 일부 금융사들의 경우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간단한 개인정보 입력만으로 카드를 발급해주는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일단 회원으로만 가입되면 전화로 대출까지 받을 수 있어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훔친 주민등록증으로 S.H.N은행 인터넷서비스를 이용, 6천5백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菊모(39)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菊씨는 이 주민등록증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서비스.카드론으로 6천3백만원을 대출받았다.

최근 새 주민등록증도 위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찰수사로 확인돼 주민등록증만 제시하면 별도로 본인 확인을 거치지 않는 업계의 관행도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 보호지침' 에는 명의도용 예방에 필요한 '회원 가입 본인 확인 의무화' 를 규정해 놓지 않았다.

정통부 관계자는 "전자 서명이 정착되면 명의 도용을 방지할 수 있지만 아직 인터넷에서는 현실적으로 본인 확인이 어렵다" 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상담실 안현숙(安賢淑)과장은 "본인확인 절차를 빠뜨려 명의도용 피해를 발생시킨 업체를 처벌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며, 소비자들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주최하는 무료 이벤트.경품 행사에 현혹돼 개인정보를 함부로 노출하지 않는 등 평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 말했다.

이무영.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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