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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책협의체 가동 중단…정국 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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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가 '상극(相剋)의 길' 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2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청와대 영수회담에서 '상생(相生)의 정치' 를 다짐한 지 한달 만에 정반대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24일 영수회담에서 합의, 발족한 여야 정책협의체 가동을 중단했다. 정책협의체는 민주.한나라당의 공통된 공약들을 이행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그동안 두차례 전체회의, 20여차례의 실무회의 등을 통해 중고자동차 세금부담 완화 등 민생관련 의제를 간추리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왔다. 상생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불참으로 이날 예정된 정책협의체 3차 전체회의는 무산됐다.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은 "이한동(李漢東)씨 총리 지명과 민주당.자민련의 공조 복원, 무소속 당선자의 민주당 입당과 선거사범에 대한 편파수사 등으로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않겠다던 영수회담의 약속이 파기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한동 총리서리 임명을 계기로 야기된 정국경색의 책임은 청와대와 여당에 있다" 며 "여당이 영수회담 본래의 정신을 살리지 않는 한 정책협의체는 열리지 않을 것" 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2여 공조복원과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상관없는 일" 이라고 강조했다.

신낙균(申樂均)지도위원은 "공동여당의 국회 의석수가 한나라당보다 많아졌다고 해서 상생이 안된다는 논리는 억지" 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곧 자민련과 공동으로 국민화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조를 확실히 다져 나갈 방침이다.

따라서 정국은 여야가 대립한 상태로 당분간 냉랭하게 굴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李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및 임명동의안 처리, 국회의장 선출 등 16대 국회 원(院)구성문제,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논란, 선거사범 편파수사 문제 등 여야가 싸우고 대치할 요인도 많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남북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 약속마저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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