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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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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호 33면

역사적인 유엔 기후변화회담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다양한 연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코펜하겐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친환경 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채인택의 미시 세계사

코펜하겐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의 하나로 꼽힌다. 전체 인구 180만 명 가운데 매일 평균 110만 명이 자전거로 통학 또는 통근한다. 자전거를 매일 이용하는 사람이 인구의 37%나 된다. 시 당국은 이 비율을 2015년까지 40%, 2015년까지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전거 도로 시스템과 인프라의 구축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도시의 자전거 도로는 상당 부분 자동차 도로와 별도로 건설된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의 한 구석에 자전거용으로 선만 그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러니 신호체계도 자동차와 별개다. 일부 도로를 아예 자전거 전용으로 내줬다는 이야기다.

다른 도시와 이어주는 ‘그린웨이’라는 이름의 자전거 장거리 도로도 100㎞ 넘는 것만 22개를 닦고 있거나 건설할 예정이다. ‘더욱 빠르고, 안전하며 즐거운 자전거 여행’이 모토다. 이런 노하우를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다. 국제사이클연맹은 코펜하겐을 제1호 공식 ‘바이크 시티’로 인증하고 지난해부터 자전거 관련 행사를 집중적으로 열고 있다. 프랑스 파리가 자랑하는 도심 자전거 대여시스템(벨리브)은 코펜하겐에선 그야말로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코펜하겐은 이제 이산화탄소와 각종 오염물질, 소음까지 내뿜는 ‘재래식’ 자동차를 아예 몰아낼 기세다. 이미 ‘시티 시르켈(도시 순환)’이라고 불리는 7인승 소형 전기버스가 도심을 조용히 돌고 있다. 배차 간격 7분, 도심을 한 시간에 한 바퀴 돈다. 도로가 좁고 골목이 많은 이 오래된 도시의 도로 사정에도 어울린다는 평이다. 시 당국은 시내 전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충전망을 구축해 코펜하겐을 환경친화적인 첨단 교통도시로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교통수단을 개발·보급하는 미국 벤처업체 베터플레이스와 충전망을 공동으로 개발·구축하기로 계약했다. 탄소 배출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하던 기존의 교통수단에서 벗어나 재생 가능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오염물질 배출 제로의 지속 가능한 이동수단’이 달리는 미래형 환경도시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코펜하겐이 친환경 도시가 된 것은 국가와 도시의 오랜 노력 덕분이다. 덴마크는 이미 1971년 환경부를 만들었고 73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환경법을 제정했다. 2006년 코펜하겐은 모범적인 환경 정책으로 유럽 환경관리대상을 받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 문제를 사고하는 방식이다. 코펜하겐은 환경 관련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클린테크 클러스터를 구축해 300개가 넘는 기업과 46개의 연구기관을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남들이 ‘환경은 비용’이라는 뺄셈 사고를 할 때 코펜하겐은 ‘환경은 새로운 시장’이라는 덧셈 사고를 해온 것이다. 친환경도시 코펜하겐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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