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알기 키워드] '고난의 행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996년 1월 1일 북한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등 3개 신문의 신년 공동 사설에는 '고난의 행군' 이라는 비장한 용어가 등장했다. 95년이 가장 어려운 한해였음을 솔직히 밝히고 '고난의 행군' 정신을 견지할 것을 호소했다.

이 용어는 38년 11월부터 39년 3월까지 김일성 부대가 일제의 토벌을 피해 1백여일간 눈 속을 헤쳐 간 일화에서 비롯됐다.

자력갱생.간고분투의 정신, 어떠한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패배주의와 동요를 모르는 낙관주의 정신, 불굴의 혁명정신으로 정의된다.

95년 최악의 수해를 겪은 북에서는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가 생기자 인민들에게 인내심을 요구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찾아낸 것이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던 시절의 처절한 고난과 이를 극복하던 불굴의 정신력. 김일성 부대원들이 모자라는 식량을 눈물겹게 나누어 먹던 일들이 항일 빨치산 1세대들의 증언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97년 신년 사설은 고난의 행군을 승리로 마무리짓자고 호소했고, 그해 10월에는 김정일이 당 총비서에 추대됐다.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북한은 98년부터 고난의 행군 대신 경제 건설을 목표로 한 '사회주의 강행군' 이란 구호를 앞세우게 된다.

서동만(외교안보연구원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