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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새 기업상 세미나] 온라인-오프라인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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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앙일보.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기획한 연중 심포지엄 시리즈 '새 천년 새 기업상(像)' 의 두번째 행사가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쟁인가 협력인가' 를 주제로 전통업종 대기업의 사장.임원과 벤처업계.정부기관 등에서 2백여명이 참석해 중회의실을 가득 채웠으며,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도 예고없이 들어와 출입구 부근에 간이 의자를 놓고 1시간30분동안 경청했다.

▶사회(이윤호 원장)〓온라인.오프라인의 충돌 문제는 일개 경제현상이 아니라 우리 의식을 뒤흔드는 사회.문화사적 의미가 크다.

▶신재철 사장〓IBM은 80여년 역사의 전통적 오프라인 기업이지만 지난해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1백48억달러였다.

이는 야후.아마존 이베이 등 미국 25개 상위 인터넷 기업의 매출 합계보다 크다. 오프라인 기업이지만 온라인 매출이 이렇게 크다. 하지만 기존 판매방식을 온라인화하는 것보다 기업 내부를 온라인화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미국 기업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사내 업무흐름을 온라인화한 다음에 B2C(기업.고객간).B2B(기업간)전자상거래를 개척했다.

우리는 내부의 온라인 경쟁력을 키우기도 전에 너무 외부 전자상거래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표준도 문제다. 우리 기업들은 당장의 성과에 매달려 국내 이용자.기업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e-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경향이다.

지구촌 경쟁 체제에서 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B2B는 기본적으로 세력싸움이므로 한국의 표준을 세계적인 것으로 키우거나, 아니면 세계표준 동향을 우리가 제때 쫓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김우한 상무〓데이콤은 요즘 오프라인 종사자로부터 배울 게 많다는 것을 절감한다.

업(콘텐츠)의 특성을 알아야 온라인을 잘 할 수 있다. 한동안 정보.전산.통신쪽 전문가만 찾다가 이제는 주요 오프라인 업종의 권위자를 찾아 배우고 있다.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화는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 이들에게 소프트.하드 웨어와 솔류션.물류.전자결제.보안.인증.컨설팅 등을 두루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가 활성화해야 한다.

▶사회〓디지털 환경에서는 정부가 규제를 최소 한도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권오규 국장〓국가정보원까지 인터넷 지원에 나설 정도로 정부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e-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맞춰 정부도 종전 법체계와 제도를 고쳐야 한다.

사이버 공간의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전자상거래 표준 약관을 대체할 정식 법령이 필요하고, 사이버 머니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전자자금이체법의 제정도 요청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존의 규제 규범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므로 정부는 규제완화에 힘쓰겠다. 기존 규제를 걷어내든지 아니면 웬만하면 규제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박철규 상무〓지난해 시작한 오케이 캐시백 서비스는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에게 기름 뿐만 아니라 일상의 모든 물건.서비스를 파는 사업으로 상품정보만 나열하지 않고 재테크.레포츠.교육.건강.금융 등 10개 분야의 포털 사이트를 모았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백화점.제화.제과.신용카드 등 1등 업체들이 우리의 제휴 제의를 거절했는데 요즘은 먼저 찾아와 손잡자고 한다.

▶김성희 원장〓최고경영자가 하라고 하니까 무작정 시작하는 온라인화는 곤란하다.

종전의 일을 단순히 네트워크화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업화 시대 말기에 '컴퓨터라는 게 있으니까 업무를 전산화하자' 라는 식으로 경영혁신을 했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게임 룰이 달라졌고, 시공(時空)의 제약이 적어졌다. 실리콘밸리에선 금융산업에 대한 조롱까지 나올 정도다.

온라인을 통해 실물과 실물을 직접 연결하는데 전통적인 은행의 중개 업무가 과연 필요하냐는 것이다.

오프라인 식의 거래에다 단순히 온라인 네트워크를 접목하는 것은 e-비즈니스가 아니라 e-브로셔(회사 소개서만 인터넷식으로 바꿨다는 뜻)라는 냉소를 들을 수 있다.

'고객이 왕' 이라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고객이 값을 부르는 시대' 임을 깨달아야 한다.

공장도가격이란 용어가 없어지고 소비자의 주관적 판단이 가격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전에는 정보부족 때문에 공급자가 우세했지만 인터넷 정보망의 확산으로 기업보다 유식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회〓비즈니스의 온라인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온라인.오프라인이건 간에 제품.서비스의 리더십 확보없이는 온라인화의 의미가 없다.

이게 안되면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익성을 찾지 못할 것이다.

정리〓홍승일 기자

<토론자 명단>

▶주제 발표〓김성희(金聖曦)한국과학기술원(KAIST)테크노경영대학원장

▶사회〓이윤호(李允鎬)LG경제연구원장

▶토론자(가나다 순)〓권오규(權五奎)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김우한(金佑漢)데이콤 인터넷사업개발부문장(상무).박철규(朴喆奎)SK㈜ 사이버 LMC팀장(상무).신재철(辛在哲)한국IBM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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