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 NGO]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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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하 평화여성회)회원들은 요즘 신바람이 나있다. 6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회원들의 염원인 평화통일의 꿈을 가시권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평화여성회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듯' 남북통일운동을 평화와 여성의 관점에서 준비하고 노력해온 단체다. 이 단체가 발족된 것은 지난 97년 3월. 그러나 뿌리는 10년전인 91년 5월로 거슬러간다.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여성이 일본 여성단체의 중재로 도쿄에서 '아세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이란 토론회에서 만나 민족화해와 통일의 물꼬를 트는 작업을 해냈다.

이후 91년 10월 남측의 이우정.이효재.윤정옥 대표가 북측의 여연구.정명순씨 등을 서울로 초청해 분단이래 최초로 남북 여성이 한반도에서 두손을 맞잡았다.

그 후로도 한 차례씩 평양과 동경을 오간 '민간 여성 외교' 는 5차 모임을 갖지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고, 이를 안타까워한 남북 여성교류 실행위원들이 주축이 돼 평화여성회를 만들었다.

평화여성회가 설립되자 주변의 기대와 요구가 쏟아져 들어왔다.

김숙임 사무총장은 "북한 여성 돕기를 비롯 군비축소.평화교육.국제연대 등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몰려들었다" 고 당시를 회고했다.

평화여성회는 굶주리는 북한 여성들을 돕는 일부터 시작했다. 북한 동포와 '밥나누기, 사랑나누기' 운동을 통해 1억5천만원 상당의 쌀 1천여t을 북한에 보냈다.

97년부터 연간 2차례씩 판문점.제3땅굴 등 분단 현장을 체험하는 '평화기행' 을 시행하고 있다. 매번 1백여명의 주부들이 몰려들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아직은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평화교육에 대한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정현백 공동대표를 비롯, 10여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화교육 강사뱅크' 에는 전국각지에서 한달에 2~3차례 교육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5월 헤이그 평화회의 참석을 비롯 국제 평화단체와의 연대, 평화.통일관련 연구작업 또한 평화여성회가 부족한 일손과 시간을 쪼개 열정을 쏟고 있는 분야다.

또한 99년 10월 시민단체의 국감모니터에서는 국회 국방위를 대상으로 의정 감시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백두사업 등 무기도입 로비의혹 사건이 터져나오자 '국방계약 관련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긴급 토론회' 를 여는 등 발빠른 대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현숙 공동대표는 "굳이 여성 평화운동이어야 하는가" 란 주위의 질문에 "독일 통일이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현격히 낮아지는 것을 보면서 통일과정에서 여성의 능동적인 참여가 있을 때 통일이후 여성복지 또한 보장될 것" 이라고 말했다.

평화여성회가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남북정상회담, 여성은 무엇을 할 것인가' 를 주제로 한 포럼도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열린 것.

"전쟁과 폭력, 갈등과 착취 등이 이제껏 남성들이 만들어온 역사라면 평화와 공존, 관용과 사랑은 여성들이 만들어갈 21세기의 역사다. "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더욱 바빠진 평화여성회가 여성의 손으로 꽃피워갈 갈 미래의 모습이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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