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플래툰' 'JFK' '살바도르'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사회파 감독의 이미지를 굳힌 올리버 스톤 감독이 뜻밖의 소재를 택했다.

베트남전이나 제3세계의 민주화 투쟁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을 즐겨 소재로 삼았던 올리버 스톤 감독이 신작 '애니 기븐 선데이' (Any Given Sunday)에서는 프로 미식 축구 선수들의 세계를 통해 보다 보편적인 인간의 삶으로 포커스를 옮겼다.

우선 미식 축구라는 다분히 상업적인 소재를 선택한 점이 눈에 띈다. 정치적인 발언이 강한 전작들에 비하면 다소 차별적이다.

자칫 오락적으로 빠질 수 있는 소재를 스톤 감독은 특유의 '파고들기' 로 헤쳐간다.

선수.구단주.미디어 등 프로 스포츠를 둘러싼 이해 관계를 다각도로 짚어줌으로써 스포츠물이 가질 수 있는 단조로움을 피해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제목처럼 '어떤 일요일에 열리는 경기(삶)든 후회없이 뛰어라' 는 다소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마이애미 샤크팀의 토니 디마토 감독(알 파치노)은 전미풋볼연맹 챔피언십을 2회 연속 우승한 30년 경력의 노장. 아버지의 대를 이은 미모의 구단주 크리스티나 파그니아치(카메론 디아즈)와 사사건건 대립한다.

두 사람의 대결을 축으로 진행되는 다소 밋밋한 초반의 드라마를 지나면 감독이 본격적으로 건드리는 '인생' 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미식 축구는 단지 매개체일 뿐 여기에 끈을 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은퇴가 멀지 않은 베테랑 선수와 신인 유망주의 자존심 대결, 이윤을 우선시하는 구단주와 한 게임 한 게임 경기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감독과의 갈등, 주변 가족들의 자잘한 삶을 통해 영화는 무상한 세월 속에서도 변치않는 가치를 찾아낸다.

매끈한 연출과 긴장감있는 화면, 미식 축구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은 영화를 경쾌하게 한다.

하지만 스톤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한계는 여전한 듯 싶다.

"승부는 예측할 수 없다. 단지 매순간 후회없이 달리는 게 중요하다" 는 극중 토니의 대사처럼 작품에서 존중하는 삶의 가치는 이미 상식화한 명제에 불과해 시선의 깊이가 '대중성' 을 넘지 않는 선에서 멈춘다.

색다른 소재이긴 하나 스톤 감독의 강점과 한계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다.

20일 개봉.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