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날씨, 반나절 햇볕 … 대체로 괜찮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달의 저편’ 평양으로 떠났던 스티븐 보즈워스 대표가 당초 예정대로 10일 낮 서울로 돌아왔다. 의외성이 많은 북한 방문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 것은 이번 북·미 대화에서 돌출 변수가 없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2002년 부시 행정부 시절의 특사였던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 때 “우라늄 농축보다 더한 것도 가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북한의 폭탄 발언도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보즈워스 대표는 방북 첫날인 8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 둘째 날에는 강석주 제1 부상을 만났다. 보즈워스 대표는 강석주에 대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를 우리 측에 했다고 한다. 그는 김계관 부상에게 초콜릿을 선물로 건넸다고 전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방북 결과 설명을 위해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평양 날씨가 반나절 햇볕이 나고는 그저 그랬는데,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북·미 대화의 분위기와 결과를 상징하는 듯하다.

북한은 공항 영접과 환송도 외무성 정태양 미국 부국장에게 맡겨 과거 특사에 비하면 다소 격이 떨어지는 의전을 베풀었다. 이는 첫 대화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실무적 대화로 이끌어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대표단이 출발 전부터 회담의 목적을 한정하고 협상은 없다는 점을 누누이 밝힌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는 이날 특별기 편으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주한 미대사관에 들러 방북 결과를 본국에 보고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