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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 새물결] 성공회대 조희연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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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배의 변화에 따라 저항도 바뀌어야 한다. 이는 조희연(44)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늘 머리 속에 담아온 명제다. 그는 총선이 지나간 올 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통해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총선 전 동료인 김동춘(사회학)교수 등과 함께 교내에서 '특별 총선 토론회' 를 마련해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는가 하면 총선연대 정책자문 교수단 2백75명의 대표 간사로 낙천낙선 운동에 대한 학술적 정당성을 확립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부터 '이른바 '사회구성체 논쟁' 에서 한국자본의 성격규정을 포함한 변혁론 논쟁을 주도했으며 '최근까지 쉬지 않고 이론을 생산, 국내 담론계의 '맹장' 으로 불리는 학자다.

특히 올들어 '민주화 운동 자료관' 설립,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활동 등으로 마당발 기질까지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요즘 대학의 탈정치화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이 좀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적 지성이 살아있지 않다면 대학은 죽은 게 아닐까요. "

최근 대학이 첨단 소비의 현장이 됐다고 보는 조교수는 대학의 비판적 아카데미즘이 사라진 것을 무척 안타까워 한다.

그는 "학생과 학생운동이 분리되는 것은 크게 우려할 일" 이라며 "대학에는 다소 미숙한 면이 있더라도 급진적 운동은 살아있어야 한다" 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80년대엔 정치적인 이슈가 판을 쳤다면 지금은 환경.여성.시민운동 등을 새로운 주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성향은 요즘 진보적인 대학의 상징처럼 여기는 성공회대의 성격과도 꼭 맞아 떨어진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90년 성공회신학교 교수로 부임해 신영복.김창남(언론학).김동춘(사회학)교수 등과 함께 개혁적 대학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99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대학원 과정에 NGO학과를 만들어 새바람을 일으켰는가 하면 올해부터는 협동조합학과 신설, 시민운동 재교육강의 개설 등 대학의 틈새시장을 찾는 데도 여념이 없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지만 무엇보다 성공회대를 더욱 민주적.진보적.개혁적인 대학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싶습니다. 작지만 대학의 새롭고 신선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앞으로 대안 대학의 전형이 되기 위해 새로운 실험들도 많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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