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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유럽 자전거 대행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기장이 아닌, 장거리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경주 대회가 처음 열린 것은 1891년이었다.

프랑스의 파리~보르도 간 5백72㎞를 달리는 이 대회에는 유럽 각국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참가했으나 모두가 아마추어였다.

오늘날의 '프로' 와는 개념이 다소 달라도 당시 직업적인 선수들은 많았으나 이 대회의 참가 자격은 아마추어로 국한했던 것이다. 이 대회는 1903년부터 시작된 '투르 드 프랑스' 의 모태가 됐다.

자전거의 효시는 1790년 프랑스의 시브락 백작이 발명한 '셀레리페르' 로 보지만 1977년 '비행 자전거' 가 발명되기까지 자전거는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왔다.

최초의 자전거는 나무로 만들어진 바퀴 한 개짜리였으나 1813년에 핸들이, 1861년 페달이, 1868년에는 바퀴살이 각각 등장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요즘에는 벨로드롬이니 경륜(競輪)이니 해서 대중 스포츠로까지 각광받고 있으나 자동차 홍수 시대에도 자전거는 여전히 서민들의 친근한 벗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창기에는 도로든 경기장이든 구별없이 자전거 경기가 열렸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도 없었다.

자전거 가게의 점원이었던 엄복동(嚴福童)이 준비도 없이 자전거 대회에 출전해 '국민적 영웅' 으로 각광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일제(日帝)치하였던 1913년 4월 27일 평양 역전 광장에서 열린 전조선자전거경기대회에서의 우승을 시작으로 그는 일본의 직업 선수들과 겨루는 각종 대회를 휩쓸어 일제에 억눌린 암울한 민족감정을 달래주는 한줄기 빛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였던 안창남(安昌男)과 함께 '하늘에는 안창남, 땅에는 엄복동' 이란 유명한 말을 회자케 했다.

자전거의 본산답게 유럽은 예나 이제나 '자전거 천국' 이다. 특히 네덜란드는 국민 1인당 자전거 1대인 나라로 유명하며 자전거들이 여유롭게 거리를 달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환경보호운동의 일환인 바이콜로지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일기 시작한 지는 오래 됐으나 우리의 자전거 보급상황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차보다 자전거가 우선' 이라는 구호도 아직은 말 뿐이며,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는 둥 마는 둥이다.

북한의 결핵 어린이를 돕고 월드컵 코리아를 홍보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파리~베를린 자전거 대행진' 은 우리나라의 자전거 붐에도 한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 24일간 2천㎞를 달리는 이 행사는 자전거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는 유럽 여러 나라에 한국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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