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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로봇 "더 작고 똑똑하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2010년 5월. 홍길동씨는 약간 큰 영양제만한 캡슐을 삼켜 위.폐.대장 등의 내시경 검사를 한꺼번에 받았다. 몇 년전만 해도 내시경검사를 받으려면 겁부터 났던 홍씨. 하지만 캡슐형 첨단 초소형 로봇 내시경이 개발되면서 그의 고민은 깨끗이 해결됐다."

우리 나라가 올해부터 개발에 나선 내시경용 캡슐로봇이 실용화되는 2010년을 가상한 시나리오다.

이 때가 되면 우리 나라에도 지능을 갖춘 초소형 로봇이 대중화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초소형 로봇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돈은 2000~2009년까지 2천7백75억원.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능을 갖춘 초소형 로봇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현재 미국.일본.이탈리아 등 선진 각국은 의료.군사.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초소형 로봇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어른 손바닥보다 적은 초소형 비행기를 비롯 곤충 애벌레형 로봇 등 종류도 다양하다.

쓰임새가 워낙 많은 데다 로봇을 개발하면서 얻는 초미세 카메라.반도체.안테나 등 각종 부품기술이 미치는 파급효과도 그에 버금가기 때문이다. 국내외 초소형 로봇개발 현황을 살펴본다.

◇ 내시경용 캡슐형 로봇〓직경 1㎝, 길이 2~3㎝ 크기로 마치 곤충 애벌레형이다.

이만한 크기의 내시경용 로봇 개발은 세계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이 속에는 장기의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직경 1㎜ 내외의 초소형 카메라를 비롯 생체를 떼어 내는 핀셋, 검진 의사에게 장기 내부 영상을 보낼 수 있는 통신장비 등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다.

또 위 속의 산도(酸度).온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내장된다.

의사가 암조직을 만져보는 것과 같이 이 로봇은 병증이 있는 부위를 검사해 정상조직보다 어느 정도 딱딱한지도 알아낼 수 있다.

또 병에 걸린 부위에만 특정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주사기가 내장돼 있다. 허파에 바람이 드는 기흉(氣胸)의 제거나 일부 조직을 자르는 수술도 가능하다.

장기 내부에서 움직일 때는 지렁이처럼 로봇 몸통을 죽 늘였다가 다시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작동시간은 1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사의 명령은 로봇이 장기안에서 보내는 영상을 보며 무선으로 한다.

이 로봇을 개발하면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지 않고 위.소장.십이지장.대장.자궁.흉부.방광 등의 내시경 촬영 뿐 아니라 간단한 수술.약물주사 등이 가능하다.

이 로봇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박종오박사의 주도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朴박사는 "지능형 로봇 기술은 군사.산업 등 그 응용분야가 광범위하다" 며 "이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나라가 21세기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 초소형 비행로봇〓미국방성과 대학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DARPA(미국방연구사업청성)와 MIT.캠브리지.조지아테크대학 등은 이미 실용모델을 개발한 상태. 이 모델들은 기존 비행기처럼 고정된 날개를 단 형태지만 5~6년 뒤에는 새나 곤충 모양의 모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MIT가 개발하는 마이크로 비행 로봇은 8㎝길이에 날개 길이 7.4㎝로 무게가 10g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에어로바이론멘트사가 지난해 개발한 원반형 비행로봇은 무게 60g, 직경 15㎝,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고성능이다.

10㎝크기의 프로펠러를 사용하며 시속 69㎞로 22분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조지아테크대학이 개발에 나서고 있는 초소형 모기형 비행로봇도 있다. 곤충날개 형태의 날개를 화학근육으로 만들어 비행하고 목적지에 도달해서는 다리 등을 이용,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날아다닐 때 기존 비행체보다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주위의 시선을 끌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 로봇들은 적진에 보내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방사능오염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해 지역에 투입, 생존자를 구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야생동물의 이동 추적, 유해 곤충의 퇴치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파이프 검사 로보트〓일본 정부 주도하에 지난 10년간의 연구 끝에 올해 개발한 '마이크로머신' 이 대표적이다.

직경 3㎝ 내외, 길이 10㎝ 내외의 이 로봇은 발전설비의 소형 파이프 내부를 검사하고 수리하는 데 사용한다.

일본은 또 복잡한 구조의 파이프 검사용으로 뱀 형태의 로봇을 개발 중이다. 내부에는 카메라와 용접 기능 등이 들어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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