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이이 '퇴계선생을 곡하다'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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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타고 나신 정기와 품성

옥보다 맑고 금보다 빛나셨고

진리의 물줄기는

성리학에서 갈라내셨네

백성들은 위로 아래로

다스려 주시기를 바랐었지만

산림 속에서 학덕을 홀로 찾으셨네

큰 스승 떠나셨으니

세상일 어려움도 많겠지만

새롭게 펴내신 높은 책들

강물 돌리고 길 열어 놓으셨네

남녘 하늘 아득히

이승과 저승을 갈라놓으니

서쪽 바다에서

애끊는 슬픔에 눈물이 마릅니다.

- 이이(李珥 1536~1584)

'퇴계선생을 곡하다' 중

무릎을 꿇고 오랜 날 가르침을 받아야만 스승일 것인가.

몇 시대를 떨어져 있어도 글로 깨우침을 받는다면 배웠다고 할 수 있는 것을. 퇴계(退溪)이황(李滉), 율곡(栗谷)이이는 당대에서만이 아닌, 이 나라의 영원한 사표(師表)로 받들어지고 있다.

스물 세살 율곡은 도산서원으로 퇴계를 찾아가 이틀밤을 두고 경학을 논했다. 그리고 퇴계의 부음을 듣고 상복을 입고 시로 통곡했다. '스승의 날' 에 머리 숙여 새겨둘 일이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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