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수필가 피천득 선생 구순 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수필가 겸 영문학자인 피천득씨가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구순(九旬.90)잔치를 연다.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 누가 좋아하나. 그래서 모임에도 안나가고 하는데, 이번에는 더 늦기 전에 그간 신세진 분들을 모셔 대접하고 싶어 모임을 갖기로 했지. "

평소 생일잔치마저 번잡하다고 싫어하던 피씨가 이번에는 친지와 제자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생일잔치에 1백50여명을 초청키로 했다.

진짜 생일은 이달 29일이지만 제자들이 '스승의 날' 을 원한 데다 미국에 있는 장남 세영(60)씨의 귀국과도 맞아 15일로 당겼다.

초청대상은 제자(서울대 심명호.문상득 교수 등), 문인(조정래.김초혜.최인호씨 등), 지인(김재순 전국회의장 등) 등 세 그룹이다.

1930년 '서정별곡' 을 발표하며 등단한 피씨는 '인연' 등 수필이 교과서에 수록돼 많이 알려졌다. 칠순을 넘기면서는 작품활동을 거의 해오지 않았다.

"요즘도 가끔 시는 쓰지. 그런데 글쓰는 것은 현역이 아니고, 아직 글 읽는 거는 현역이야. "

아흔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피씨는 요즘 '귀' 로 산다고 한다.

책을 읽자면 눈이 아프지만 청력은 좋아 오디오북(audiobook.책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나 CD)을 주로 듣는다.

아직도 외국에서 사온 셰익스피어의 명작들을 즐겨들으며, 브람스나 슈베르트의 음악도 번갈아 듣는다.

반포아파트 주변이나 한강둔치에 산책하는 것도 중요한 일과. 부인 임진호(82)씨는 거동이 불편해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글〓오병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