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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전통 온천, 워터파크, 스파 … 물이냐 놀이냐 둘 다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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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손민호 기자


♨ 발가벗고 지지기 전통 온천

전통 온천, 다시 말해 목욕탕 같은 곳이다. 시설은 볼품없지만 수질은 역사가 보증한다. 한국관광공사가 12월 가볼 만한 여행지로 꼽은 전국 온천 중에서 네 곳을 추렸다.

우선 충북 충주의 수안보온천.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 전통의 온천지역이다. 충주시에서 직접 온천수를 관리하기 때문에 수질을 믿을 수 있고, 모든 온천이 똑같은 물을 공급받아 원탕이 따로 없다. 온천지구 안에 들어서면 20여 개 업소가 영업 중이다.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043-846-3605.

경북 울진의 덕구온천과 백암온천도 빠뜨릴 수 없다.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용출천(지상으로 온천수가 솟구치는 온천)이고, 백암온천은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온천이다. 겨울철 동해안 여행의 필수 경로다. 호텔 덕구온천 054-782-0677, 한화리조트 백암온천 054-787-7001.

호남 쪽에선 전남 담양의 담양온천을 추천한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설이 좋다. 대나무밭이 조성된 노천탕이 특히 인기다. 담양리조트 061-380-5000. 강원도 강릉에도 새로운 온천시설이 생겼다. 정동진 아래 금진온천이다. 동해 맑은 바닷물을 길어올린 해수탕인데 온천 허가를 받았다. 탕 안에 앉으면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금진온천 033-534-7397.


♨ 수영복 입고 놀기 워터파크

다양한 물놀이 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다. 법적으로 온천인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이
곳의 특징은 수영복을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통 온천의 요금이 1만원 안팎이라면 워
터파크는 서너 배 비싸다.

국내 워터파크의 대명사인 경기도 용인의 캐리비안베이를 먼저 소개한다. 여름 피서지로만 알려져 겨울에 가면 되레 한갓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겨울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031-320-5000.

강원도 홍천 비발디파크의 오션월드는 캐리비안베이의 아성에 도전한 강력한 라이벌이다. 올여름 시즌을 강타했던 세계 최장 슬라이드 ‘몬스터 블라이드’는 탈 수 없지만, 비발디파크에서 스키를 마친 뒤 물놀이로 피로를 풀 수 있다. 1588-4888.

강원도 속초의 설악 워터피아는 국내 최초로 보양온천으로 지정된 곳이다. 수질은 국가가 보증을 마쳤고, 물놀이 시설도 수준을 갖춰 여러모로 국내 최강의 온천 시설이라할 만하다. 설악산 국립공원 안에 위치했고, 10분 거리면 속초 바닷가라는 지리적 이점도있다. 033-630-5500.

물 좋은 온천으로 명성이 자자한 지역에서도 대형 워터파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충남 예산의 덕산온천엔 덕산스파캐슬(041-330-8000)이 있고, 충남 아산엔 아산스파비스(041-539-2000)와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041-537-7100)가 있다. 물도 좋고 시설도 좋아 주말엔 사람이 미어터진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형 워터파크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탕을 자랑하는 퇴촌스파랜드(031-760-5700)와 독일 스타일의 온천리조트를 선보인 이천 테르메덴(031-645-2000)은 서로 30분 거리 안에 있다.
 
♨ 물에서 쉬기 스파

스파(spa)는 본래 온천이란 뜻이다. 하나 국내에선 마사지처럼 여겨져 왔다. 요즘엔 테라
피 개념이 첨가된 온천욕 또는 물놀이로 인식되는 편이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이 마사지에 가까운 스파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는데 요즘엔 전국의 리조트들이 스파를 표방하고 나섰다. 이용 요금은 워터파크보다 2배 이상비싸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광주의 곤지암리조트다. 지난해 문을 연 곤지암리조트의 ‘스파 라 스파’는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단박에 명소로 떠올랐다. 1억원이 넘는 크리스털 볼(bowl)을 연주해 인간 뇌파와 유사한 음파를 발생시키는 명상 프로그램, 따듯하게 데운 화산암을 몸 위에 올려놔 그 열로 마사지 효과를 내는 프로그램, 물속에서 즐기는 요가프로그램 등으로 마사지 중심의 기존 스파와 차별을 선언한다. 031-8026-5600.

2006년 개장한 경남 남해의 힐튼리조트도 스파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특급호텔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오아시스’는 특히 라운드를 마친 골퍼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055-860-0453. 설악 워터피아도 지난달 스파 시설을 들여놨고, 제주 신라호텔도 다음달부터 스파 영업을 시작한다.


일본 온천여행은 별로 새로울 게 없다. 일본에서 온천은 도처에 있고, 한국에서처럼 특별한 효험을 자랑하는 곳은 별로 없다. 그래서 병을 고쳐볼 요량으로 비장하게 떠날 필요도 없고, 그저 땅속에서 솟아나는 뜨끈한 물에 몸을 담가보는 재미에 찾아가면 될 일이다. 그러니 굳이 유명 온천지를 골라 떠나기보다는 여행하고 싶은 지역을 먼저 정하고, 그 인근의 온천을 찾아보는 게 더 낫다. 올겨울엔 후지산의 고장 시즈오카현으로 떠나 서쪽으로 달려 아이치현으로 나오는 여정을 짰다. 올 6월 시즈오카 직항노선이 생긴 것을 기념해 고른 지역이다. 시즈오카의 동쪽엔 한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아타미 온천 등, 발길 닿는 곳마다 온천명소가 깔려 있는 이즈반도가 있다. 하나 이곳을 피해 서쪽으로 가도 온천은 나온다.

고즈넉한 즐거움, 시즈오카 칸잔지 온천

시즈오카현 서쪽 끝 도시 하마마쓰시의 끝자락엔 바다와 통해 있는 호수인 하마나호가 있다. 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을 칸잔지온천이라고 부른다. 이곳의 호텔은 료칸 형태다. 전통 료칸은 아니고, 현대식 고층 건물에 다다미방을 넣은 현대식 료칸이다.

이곳은 호수를 끼고 있는 유원지다. 배를 타고 호수와 바다를 한 바퀴 도는 크루즈를 할 수 있고, 놀이기구도 있다. 하지만 떠들썩하지는 않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유원지 분위기와는 다르다.

한밤중, 불빛 없는 호수는 깜깜하고 고즈넉하다. 일본인들은,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인근의 벤텐지마 온천보다 이곳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외국인 관광객보다 내국인 장사에 치중했던 탓에 호텔에선 영어도 잘 통하지 않는다. 한국말도 영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 곳에 있다는 건 적적했지만 긴장감을 풀어줬다. 하나 일본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 지역이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탓에 이런 편안함은 조만간 느끼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투어 프로그램은 많이 나올 듯하다.

오락을 찾아 나선다면 칸잔지 온천은 좀 심심하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호수가 있고, 주변은 잘 정돈돼 있지만 그다지 넓지도 않고 절경이다 싶지도 않다. 다만 편안할 뿐이다.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것은 장어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어서 장어가 특히 맛있고, 양식장어가 풍부하다. 근처엔 일반인들도 견학할 수 있는 우나기(장어)파이 공장이 있다. 장어 분말을 섞었다는 크리스피 페이스트리로 ‘엄마손 파이’를 길게 늘여놓은 것 같은 달콤한 과자다. 모양새가 배를 갈라놓은 장어처럼 생겼다 해서 우나기 파이란다. ‘꿈보다 해몽’이 더 그럴듯하지만 어쨌든 이건 ‘천안 호두과자’처럼 하마마쓰의 대표 과자로 꼽힌다.

조용히 쉴 수 있는 아이치 유야 온천

요즘 일본인들 사이엔 ‘숨어있는 온천 찾기 여행’이 인기란다. 시골 구석에 박혀 있어 찾아가기 어려운 곳을 굳이 찾아내 즐기는 여행이다.

시즈오카로 여행을 떠났다면 살짝 한번 다녀올 만한 곳이 있다. 신칸센을 타고 하마마쓰 다음 역인 도요하시역에서 내리면 이이다 방면으로 가는 국철이 있다. 이 철도는 아이치현의 시골과 산촌을 달린다. 차창 밖으로 시골 풍경을 음미하며 한 시간쯤 달리면 유야온천역에 도착한다. 이곳은 10실 이하의 전통 료칸이 9개 정도 있는 한적한 산촌의 온천마을이다. 다다미방에 아침·저녁 식사를 주는 료칸은 일인당 1만7000~3만 엔으로 비싸다.

온천이라고 해봐야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작은 탕을 갖춘 야외온천과 실내온천이 전부다. 한데 계곡을 흐르는 물 소리를 들으며 온천욕을 하고, 시골집들이 즐비한 작은 골목을 걸어가보고, 식료품점에서 고헤이떡(쌀떡을 꼬치에 꿰어 된장을 발라 구운 떡)을 사먹는 소박한 즐거움은 이곳만의 색다른 경험이다.

정말 쉬어보고 싶다면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가보라. 숙박 시설이 많지 않은 곳이므로 단체관광으로 가기엔 어렵다. 미리 신시로시관광협회(0536-32-0022)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사이트(www.yuya-spa.com)를 통해 숙소를 예약하고 떠나야 한다. 이곳 료칸들은 예약 손님의 식사만 준비하기 때문에 불시에 갈 경우 숙박이 어렵다.

시즈오카현·아이치현=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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