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산림청 공무원 박승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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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고개 숙여 우러러 볼/산도 없고/머리 들어 올려 볼/나무 한그루 없으니/가슴 넉넉한/한폭 숲도 없네'

지난 4월 강원도 동해안의 산불 진화작업에 나섰던 산림청 영업정책과 박승수(朴勝銖.46)씨가 재로 변한 산을 넋놓고 바라보던 심정을 시(詩)로 표현했다.

朴씨는 "나무가 타는 것도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데 사람과 집이 무차별로 타버리니 더욱 괴로웠다" 고 회고했다.

1977년 당시 임정국 농림기사보로 나무와 인연을 맺게된 朴씨는 이후 '나무와 함께한 24년' 의 단상을 줄곧 시로 옮겨놓았다.

산에 천막치고 보름넘게 나무를 심을 때나 나무 훔쳐가는 것을 단속하는 와중에서도 짬을 내 시를 써내려갔다.

그동안 두권의 노트에 빽빽이 담긴 시 중 61편을 엄선, 이달말 '노래하는 숲, 침묵하는 산' 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월간지 '산림' 에 몇편 시를 내봤는데 주위의 반응이 좋은 것 같았어요. 두꺼운 노트를 보더니 시집을 내라고 권하더군요. "

평생 산사람으로 살아온 만큼 朴씨의 시에는 산과 나무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있다. 나무의 사계절을 노래하거나, 다양한 산불의 모양을 설명하고, 산에 나무를 심는 심정을 잔잔하게 읊기도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한데 반해 사람이 숲에 기울이는 애정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고 안타까워한 朴씨는 "사람도 숲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 며 한없는 나무 예찬론을 펼쳤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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