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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사장 포함 임원 일괄 사표 … MBC ‘개혁 시험대’에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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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MBC 엄기영 사장 등 임원 8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9일 “엄 사장과 이사·감사 등이 재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7일 오전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표를 낸 인사는 엄 사장과 김세영(편성본부장 겸임) 부사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 문장환 디지털본부장, 한귀현 감사, 김종국 기조실장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뉴 MBC 플랜’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엄 사장은 이달 초 임원진과 함께 방문진에 재신임을 묻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우선 편성·보도·제작·기술·경영·기조실 등 임원 6명으로부터 4일 사표를 제출받았다. 그런 다음 7일 오전 자신의 사표까지 더해 방문진에 일괄 제출했다.

엄 사장 등이 일괄 사표를 낸 것은 일차적으론 ‘뉴 MBC 플랜’의 미흡한 성과에 대한 책임 성격이 짙다. 9월부터 추진해 온 ‘뉴 MBC 플랜’은 단체협약 개정 등이 포함된 경영혁신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방문진 이사회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하다”고 총평을 내렸다.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은 당시 “개혁안에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엄 사장)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스스로 검토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엄 사장을 압박했다. 일부 이사도 “단체협약 개정 등 핵심 사항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엄 사장은 지난 8월 말 “(공영성과 경영 효율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미흡할 경우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엄 사장이 방문진의 강경 입장에 대해 재신임 카드로 맞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퇴 압박 등에 몰리자 경영진 일괄 사표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것이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엄 사장이 실제로 물러날 의사가 있었다면 재신임 여부를 물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내부에선 “방문진이 엄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대신 다른 임원들의 사표를 요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엄 사장의 임기는 2011년 2월까지다.

현재로선 엄 사장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신 ‘PD수첩’ 광우병 보도 등 공정성 시비와 관련해 본부장 2~3명을 교체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문진 관계자는 “최소 2~3명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엄 사장에 대해선 유임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방문진은 10일 오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일괄 사표에 대한 수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우룡 이사장은 “전부 수리, 전부 반려, 일부 수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MBC 임원진 사퇴와 관련,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따로 코멘트(언급)할 게 없다”고만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청와대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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