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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루키 20 [3] LG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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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돈은 받지 않아도 좋아요. 인턴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6월. 박병혁(25)씨가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사장에게 건넨 말이다. 평소 문화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원더걸스 같은 인기 가수가 소속돼 있는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은 인턴을 뽑지 않았다.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도 해 보고 ‘무급이라도 좋으니 일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e-메일도 보내봤지만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꾀를 냈다. 서울대 문화산업연구학회 소속이었던 그가 주축이 돼 문화산업 관련 세미나를 열었다. 그 자리에 초청한 정 사장에게 직접 말을 건넨 것이다. 결국 그는 한 달 뒤 JYP엔터테인먼트 해외마케팅팀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BDA(외국계 방송마케팅 회사) 인턴으로 일하게 된 것도 그의 뚝심 덕분이었다. “꼭 한 번 외국 현지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소개해 준 기회를 잡아 싱가포르로 떠나게 됐죠. 두 달 동안 룸메이트와 함께 월세방 생활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인턴에게 주는 월급은 700싱가포르달러(약 60만원)였습니다. 월세를 간신히 메우는 수준이었죠. 용돈을 벌기 위해 주말에 영어 과외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그래도 행복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가 인턴을 한 두 곳은 중소기업이다. 그 밖에 그가 인턴을 했던 아리랑TV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에서 대규모로 인턴 채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기 드문 경험이다. 그는 “‘대기업 인턴을 하면 틀에 박힌 경험만 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중소기업·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실무 경험을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LG전자가 뽑았다

그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꼽은 곳은 LG전자다. 이 회사의 인재상은 ‘합리적 인재(Right People)’. 즉 열정·실행력·전문역량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인사팀 임효빈 대리는 “중소기업 인턴을 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박씨의 열정·실행력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역량은 어떻게 평가했을까. LG가 꼽은 대표적 전문 역량은 ‘글로벌’ 감각이다. 이 회사가 최근 강조하는 부분이다. 박씨는 영어교육학을 전공했고 토익점수(980점)가 만점에 가깝다. 싱가포르에서 인턴을 했고 스웨덴·독일 거주 경험을 갖고 있다. LG전자가 2009년 7월 처음으로 뽑은 ‘GMA(Global Marketing Adventure)’ 인턴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인턴을 하는 동안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멘토와 함께 일주일 동안 영국·프랑스 해외법인에 다녀왔습니다. 가게 일곱 곳에 들러 현지 직원을 인터뷰했죠. 잠도 줄여가며 해외 시장 조사를 위해 뛰어다녔습니다.”

GMA는 해외 마케팅에 초점을 맞춘 인턴 프로그램이다. 인턴은 모두 해외 현지 법인으로 출장을 떠나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인사팀 남재구 과장은 “LG전자가 글로벌 역량을 강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박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올 9월. 7주 동안의 인턴십을 마친 그는 LG전자 해외마케팅 담당 신입사원이 됐다. 현재는 유럽지역 LCD TV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유럽에 있는 14개 해외 법인에 TV 물량을 맞춰 주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영문 e-메일을 하루 100통 넘게 다룹니다. 영어로 전화·화상회의를 하는 건 예삿일이죠. 영어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해외 마케팅 부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모든 보고서를 영문으로 처리한다. 글로벌 역량이 부족한 구직자는 입사하기도 어렵지만, 입사하고 나서도 쉽지 않다.

“나와 LG, 둘만 놓고 생각하라.”

인사 담당자에게 “글로벌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그. 그러나 토익 점수(980점)에 비해 학점(3.16)은 높지 않은 편이었다. 낮은 학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턴 경험을 쌓았다. 평소에도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그는 “준비는 거창한 게 아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면접관=“기억에 남는 마케팅 사례가 있습니까.”

▶박씨=“미국의 비누 마케팅 사례입니다. 100년 전만 해도 샤워 문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누가 처음 나왔을 때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이 심했죠. 그런데 한 비누 회사에서 ‘씻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문구를 내세워 비누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면접관=“그 문구 때문이었을까요.”

▶박씨=“미(美)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씻는 사람=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공식을 던져 소비자에게 ‘이 비누를 쓰면 아름다워진다’는 아이디어를 준 거죠. ”

면접장에 있던 다른 지원자들은 짜 맞춘 듯이 최신 마케팅 사례를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100년 전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답변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아마도 평소 마케팅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준비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때 제 답변도 우연히 라디오를 듣다가 메모했던 사례였습니다.”

그는 “인턴 경험을 많이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끝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직자들에게 당부도 잊지 않았다.

“부딪쳐 보지도 않고 겁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높은 경쟁률을 보면서 ‘수많은 사람과 경쟁하는구나’ 생각하기 쉽죠. 그러면 자신감만 잃게 됩니다. 딱 둘만 놓고 생각하세요. ‘나는 LG만 이기면 된다’고.”

글=김기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자기소개서엔 …

# 본인이 이룬 가장 큰 성취가 있다면.

<국내 최초로 미국 최대 디지털 음반시장인 아이튠즈(itunes) 스토어와 계약 체결 성공>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동안 저는 큰 프로젝트 하나를 직접 지시받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JYP의 디지털 음원을 미국 애플사와 직접 계약해 아이튠즈 스토어에 론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달 일한 인턴으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바로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미국 애플 본사에 전화해 음원협약 계약에 관한 절차를 알아냈고, 미국 국세청(IRS)에 사업등록을 했습니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제표준음원코드(ISRC)로부터 JYP의 고유 음원 코드를 발부받았습니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비로소 인가가 까다롭다는 아이튠즈 스토어와 디지털음원 판매 파트너 협약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정상적 절차대로라면 5개월이 걸렸어야 했지만, 제게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었습니다. 매우 재촉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뿌듯했던 것은, 제가 달성한 일이 한국 음반업계 최초로 미국 아이튠즈 스토어와 맺은 계약이었다는 것입니다.


LG전자 입사 어떻게

외국어 능력 중요하게 평가
글로벌 환경에서 도전한 경험 자세히 소개하면 좋은 점수

LG전자는 모바일·가전·에어컨·비즈니스솔루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통 3월과 9월 LG전자 홈페이지(www.lge.co.kr) ‘인재채용’ 코너를 통해 인터넷으로 입사지원을 받는다. 열린 채용이 기본이다. 지원자들은 자신의 전공·희망직무를 고려해 지원분야를 2지망까지 선택할 수 있다. 매년 전국 9개 도시에서 총 25회 이상의 입사설명회를 연다.

기본 인재상은 ‘Right People(합리적 인재)’. 승부근성·열정을 갖춘, 우직하면서도 독한 사람이다. 어려움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실행력을 가진 인재다. 글로벌 감각도 강조한다.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LG전자에 취업하려면 자신이 글로벌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또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류전형에서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도전하고 실행한 경험 등에 대해 자세히 구술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인사 담당자와 일문일답.

● 지원자격은 어떻게 되는지.

“대학을 졸업했거나 2·8월 졸업예정자, 석·박사가 기본이다. 학점은 4.5점 만점에 3.0 이상, 어학은 토익 점수 기준으로 이공계는 600점, 인문계는 700점 이상이다.”

● 전형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서류전형→직무적성검사(RPST)→2차 서류전형→면접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RPST는 지원자가 LG전자 인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보는 과정이다. 승부근성·실행력·전문역량·대인관계 등을 평가한다.”

● 면접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1차 직무면접과 2차 인성면접 2단계로 진행한다. 직무면접은 ‘비즈니스 스킬’ 평가와 영어 면접으로 이뤄진다. 프레젠테이션·그룹토의·문서처리 시뮬레이션·전공평가 등을 거친다. 영어면접의 경우 영어로 토론을 시키기도 한다. 직무 면접 때 영어 구사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영어 면접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다른 부분에서 높은 능력을 발휘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인성면접은 임원이 실시한다. 과거 경험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자질을 평가한다.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본인의 경험·비전 등에 대해 평가한다. ‘본인이 몸담았던 단체 중 가장 애착을 느끼는 곳이 어딘지’ 등을 묻는다.”

● 인·적성 검사는 어떻게 치러지는지.

“LG그룹은 계열사별로 인·적성 검사 유형이 다르다. LG전자에서 실시하고 있는 인·적성 검사는 RPST(Right People Selection Test)라는 적성검사다. 직무적성과 관련된 항목으로 구성됐다. 소프트웨어 직무 채용 시에는 적성 부문을 중요시하고, 그 외의 분야에선 직무 관련 항목에 높은 가중치를 둔다. 적성검사는 언어·수리·도형·추론 영역으로 이뤄진다. 승부근성·실행력·전문역량·대인관계 등 4개 영역으로 나눠 지원자의 자질을 평가한다.” 자료 : 인크루트 www.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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