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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인사아트센터서 전성우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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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함박눈보다 더 흰 구름바다를 쪽빛이 부챗살처럼 퍼져 나가고 혹은 모여든다. 운해에 바람처럼 번져나가는 쪽빛은 잔잔한 메아리를 가슴에 전하는가 싶더니 북소리와 같은 큰 울림으로 가슴을 펑펑 치기도 한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지난 40년간 만다라의 세계를 줄기차게 탐색해온 전성우(66.全晟雨)씨의 '청화 만다라(靑華曼茶羅)' 연작에 대한 감상이다.

전씨는 오는 15일 문을 여는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의 개관기념전 작가로 초대돼 회화 30여점과 부조 15점, 오브제 7점 등 모두 50여점을 소개한다.

6년만에 여는 국내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선 1990년대 들어 추구해온 '청화 만다라' 의 다양한 조형형태를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만다라란 불법의 모든 덕을 원만하게 갖춘 경지, 우주의 삼라만상이 수레바퀴 모양으로 둥글게 완결되는 융화적 질서, 혹은 이를 나타낸 그림을 뜻한다.

10대에 미국으로 유학가 추상표현주의, 그중에서도 동양적인 미와 신비를 추구하는 태평양파의 분위기 속에서 작가로 성장한 전화백이 추구할 법한 주제다.

청화만다라 연작은 청화백자의 청색을 주조로, 흰색.황토색만으로 캔버스를 채우고 있다.

청색은 모노크롬 회화의 기수 이브 클랭이 강조하듯 초월적인 색이다. "청색이야말로 비물질적인 형이상학적 특성과 무한한 의미를 지닌다.

청색은 어떤 차원도 지니지 않으며 차원 너머에 있다. 다른 색깔은 특별한 생각이나 물질적.촉각적인 것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청색은 가장 추상적이고 실제적이며 시각적인 존재다."

흰색은 공간 그 자체, 혹은 구름의 바다를, 황토색은 우리 민족의 심성과 인간적 세계를 의미한다.

이번 연작에서 황색은 어딘가로 통하는 문, 혹은 광배의 원천이 되는 법신(法身)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문(사각형)과 법신(원추형)의 추상적인 조형은 황토의 인간적인 색감과 길항하면서 마음을 울린다.

황색은 특이하게 아마포가 아닌 면포를 쓰는 그의 캔버스 바탕색을 그대로 살린 것이기도 하다.

전씨는 "만다라 연작은 우주의 리듬을 표현한 것" 이라며 "작품에서 무엇을 찾기보다 '내 만다라는 이 속에 있구나' 하고 느껴달라" 고 주문했다.

그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내 자신도 불교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서에 미친 절대적 영향 속에 있다" 고 전제한 뒤 "그러나 나의 만다라는 불교적 의미에 국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감상해도 된다" 고 말했다.

전씨는 "그림의 깊은 쪽빛은 수백번의 덧칠을 통해 만들어 낸 것" 이라며 "붓질을 한 번 할 때마다 가슴의 때가 벗겨지는 느낌이었다" 고 말했다.

"젊을 때부터 심장같은 그림, 겉에서는 안보이나 속에서는 펄펄 뛰고 있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는 게 작가의 고백.

간송미술관 설립자 전형필(全瑩弼)씨의 장남인 전씨는 서울대 미대 재학 중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전씨는 밀즈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65년 귀국 후 12차례의 개인전을 국내외에서 열었다.

서울대 교수, 국전 심사위원, 보성고교 교장을 역임하고 현재 작품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한편 이번에 개관하는 인사아트센터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건립한 것으로 회화를 비롯해 공예품.디자인.아트상품들을 둘러 볼 수 있는 인사동 최대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셀 빌모트가 설계했다.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문화예술공연장(지하1층), 아트디자인샵(1층과 2층), 전시장(3층), 고급미술매장(4, 5층), 미술업무시설(6층) 등으로 꾸며졌다.

02-736-102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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