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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재미있다, 예산 이야기] 새마을운동 vs 노무현 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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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행정안전위는 지난 3일 2010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격론을 벌였다. 이른바 ‘코드 예산’ 때문이었다.

자유총연맹(10억원)과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10억원), 그리고 새마을운동 세계화사업(30억4000만원)에 대한 예산 지원이 쟁점이었다. 이 단체들에 대해선 1999년 비영리단체 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사업별 예산 지원 공모 대상 NGO(비정부기구)로 분류되면서 예산 지원이 중단됐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G20 개최를 앞두고 전국 조직을 갖춘 이들 단체가 국격을 높이는 사업을 해야 한다”(안경률 의원)는 논리를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되기 어렵다”(김유정 의원)고 맞섰다.

이 논란은 엉뚱한 방향으로 결론났다. 민주당 측이 애초 정부 안에 없던 ‘노무현 도서관’ 건립(20억원),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사료 수집 및 전집 발간(31억원) 예산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세웠기 때문이다. 결국 양당 모두 각자의 관심 예산을 모두 증액하기로 했다.

국회 행안위의 민주당 관계자는 “끝까지 맞서다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예산이 물 건너갈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역사 해석이 묻어 있는 예산을 둘러싼 싸움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2010년은 6·25 전쟁(1950년) 60주년, 4·19 (1960년) 50주년, 5·18 민주화운동(1980년) 30주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6·25 전쟁 60주년 기념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국가보훈처(235억원)와 통일부(12억원), 국방부(35억원), 문화체육관광부(15억원) 등 관련 예산 297억원을 편성했다. 반면 5·18 관련 예산은 보훈처의 4억1000만원, 행안부의 29억5000만원 정도였다.

민주당에선 볼멘 소리가 나왔다. 김동철 의원은 지난달 12일 정무위의 보훈처 예산심사에서 “6·25 기념사업은 기획재정부에서 삭감된 게 14.5%뿐이지만 5·18 관련 예산은 보훈처 자체 심사에서 90%, 재정부에서 다시 41.4%가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논란 끝에 6·25 관련 예산은 그대로 통과됐고, 5·18 관련 예산도 2억원 늘었다.

문방위에선 ‘대한민국역사박물관’(134억원)이 쟁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현대사박물관을 짓겠다”고 밝힌 뒤 시작된 사업이다. 야당은 “기본계획이 수립되지 않았다”며 문제 삼았지만 “대한민국의 정통성 문제가 걸린 중요한 예산”(진성호 의원)이라는 한나라당의 의지가 관철됐다.

임장혁·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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