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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가게 운영, 품 덜 드는 노하우 알려드릴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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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치킨전문점이나 주점은 수요층이 넓고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들어 소자본 창업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이 길고 많은 메뉴를 조리하는 어려움 때문에 도전을 꺼리는 이들도 많다. 요즘은 편리한 조리기기가 개발되고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 생겨나면서 이런 업종도 간편하게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자신만의 장사 노하우를 적용해 육체적으로 힘든 업종에서도 영역을 넓히는 창업자도 있다.

김성탁 기자

전문 주방장 필요 없다
본사서 ‘원팩’ 형태로 제품 공급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퓨전전통주점 ‘짚동가리쌩주(www.zipsseng.net)’를 운영하는 오기호(55·사진)씨.

그는 본사 물류센터에서 ‘원팩’ 형태로 가공한 제품을 공급받는다. 점포에서는 포장을 뜯고 간단한 조리를 거쳐 내기만 하면 된다. 전문 주방장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

음식 트렌드가 변하면 본사가 적기에 원팩 메뉴로 점포에 공급해주므로 고객의 취향 변화를 따라가기도 수월하다. 최근에는 전통주가 각광을 받으면서 본사가 개발한 ‘쌩주’로 쏠쏠한 재미를 본다. 국산 찹쌀과 진피, 오미자, 백복령 등의 한약재를 쓰고 살균 처리를 거치지 않아 효소가 살아있는 게 특징이다.

분식전문점도 점포 운영 시간이 긴 데다 백화점식 메뉴 구성으로 인해 노동 강도가 높은 편. 편의형 분식전문점 ‘푸딩(www.up rofooding.com)’은 요리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되는 ‘쿡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맹점주가 편하게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한상진 푸딩 사장은 “기존 분식전문점은 40~50㎡(약 12~15평) 규모의 점포라도 보통 5~6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푸딩은 세 명 정도면 운영이 가능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참숯바비큐치킨전문점 ‘훌랄라(www.hoo lala.co.kr)’는 15분 내 최대 다섯 마리까지 동시에 구워낼 수 있는 조리기기를 개발했다. 조리 시간과 노동 강도가 줄어들고, 한 명이 두세 명 몫을 할 수 있다. 김병갑 훌랄라 사장은 “바비큐치킨의 맛과 인기를 알면서도 조리가 힘들어 창업을 주저하는 예비 창업자를 많이 봤다”며 “조리의 번거로움을 해결했더니 주부 등 여성 창업자들이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직장인처럼 휴일에 쉰다
상권 특성 살려 탄력적으로 운영

올 4월 서울 삼전동에 레스토랑풍 생맥주전문점 ‘치어스(www.cheerskorea.com)’를 개업한 주병철(41·사진)씨.

25세 때 자영업에 뛰어든 그는 동네 햄버거 가게부터 편의점·닭갈비집 등 다양한 장사를 해봤다. 135㎡(약 41평) 규모의 매장을 얻는 데 1억원, 인테리어·가맹비·기자재 비용에 1억5000만원이 들었다. 주씨는 그동안 터득한 노하우를 접목했다.

가장 먼저 신경을 쓴 것은 입지 선정. 삼전동은 사무실과 아파트, 단독 연립이 어우러져 젊은 층에서부터 장년층에까지 폭넓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개점 직후 무료 쿠폰이 담긴 전단 1만5000부를 신문에 끼워 배포했다. 그렇게 확보한 초기 방문객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단골 만들기에 나섰다. 주씨는 “3000원짜리 맥주 한 잔씩을 마시고 가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과일 안주와 감자튀김을 서비스했더니 나중에는 가족 모두가 단골이 되더라”고 말했다.

매니저로 조카가 일하고, 주방 인력 2명이 정직원일 뿐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생이다. 피크 타임인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는 4명, 한가한 때에는 3명의 아르바이트가 일한다. 주씨는 “열심히 일한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인센티브를 따로 준다”고 말했다.

중소 제조업체에서 퇴사한 안근형(43)씨는 지난 7월 숭실대 정문 근처에 일본식 수제 김밥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www.gyudong.com)’을 냈다. 33㎡(10평) 매장을 5000만원에 얻고, 8500만원의 개설비를 투자했다.

아내가 매장 일을 돕는데 자녀 교육을 위해 오전과 오후 편한 때에만 나온다. 휴일에는 매장 문을 닫는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것은 안씨가 상권의 특성을 파악해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때문. 주고객인 대학생은 직장인과 달리 점심시간이 한정되지 않고 시간대별로 분산돼 매장을 찾는다. 초보 창업자이지만 직장생활 때보다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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