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원투자 이렇게] 전통찻집·음식점 운영 김원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가족여행 길에 식사를 하러 우연히 들렀던 곳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새로운 생활 터전이 됐습니다."

충북 진천군 진천읍 상계리 계곡 안쪽에 있는 사찰인 보탑사 가는 길 옆을 따라 흐르는 개울가에 자리한 '풍경소리' .서울에서 살다 내려 온 김원길(47)씨가 운영하는 전통 찻집 겸 음식점이다.

그가 '풍경소리' 의 주인이 된 과정은 색다르다.

전원생활이나 전원투자를 위해 남들이 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 계획을 세워가며 일을 추진한 게 아니라 손님으로 들렀다가 한눈에 반해 막무가내로 주인을 졸라 가게를 사버렸다.

김씨가 처음 풍경소리에 들른 것은 지난해 3월 초.

가족과 함께 가게에서 불과 2백여m 떨어진 김유신 장군 탄생지와 보탑사를 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출출하기도 했지만 침목과 황토를 이용해 지은 아담한 집이 발길을 붙잡았다.

고풍스런 실내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창밖으로 펼쳐진 산세(山勢)가 김씨를 사로잡았다.

큰 능선에서 뻗어 내린 두 줄기 작은 능선이 가게 정면에서 솟구쳐 오른 모양새가 꼭 여인의 젓가슴을 연상시키면서 '어머니 품' 처럼 아늑하게 느껴졌다.

18년간 문구 도매점을 운영해오다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던 김씨는 그 순간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건물을 지어 영업을 시작한 지 10개월도 채 안된 주인에게 '가게를 팔라' 고 했지만 주인은 '말도 안된다' 며 흘려들었다.

하지만 김씨는 사흘 뒤 아내 정은혜(42)씨와 함께 계약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들고 다시 찾아가 새벽 1시까지 설득한 끝에 결국 주인을 손들게 하고 말았다.

대지 1백50평에 건평 60평짜리 2층 건물을 1억9천만원에 계약했다.

침목 등을 이용해 지은 집이 건축비만 보통 평당 3백만원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건물값만 치르고 싸게 사는 셈이었다.

7월부터 가게를 넘겨 받아 운영을 시작하면서 3천만원을 들여 실내 인테리어를 보완하고 2층 발코니를 설치하는 등 가게를 새롭게 단장했다.

종전의 쑥.도토리 수제비에다 손수 키운 콩나물을 사용한 콩나물밥과 후식용 볶은 밤콩 등 새로운 메뉴를 내놓았다.

1층의 황토방 4개 중 비어 있는 2개를 쉬어가길 원하는 손님에겐 그냥 내주기도 했다.

손님들 반응이 좋았고 덕분에 장사도 잘 됐다.

처음에 한 달 평균 1천2백만원 정도이던 매출이 최근에는 1천5백만원을 웃돌아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제하고 7백만~8백만원을 손에 쥔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있는 김씨는 "아들이 학교를 마치면 가족 모두 내려와 함께 살 예정" 이라며 활짝 웃었다.

0434-533-8245.

진천〓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