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기업지배구조 개선 권고안에 부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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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증권거래법 등의 개정과 관련,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재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폭넓게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재정경제부는 국내외 자문단이 마련한 개선 권고안 내용에 대해 상당 부분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 법으로 강제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재경부는 우선 선진국에서도 기업들이 관행에 따라 알아서 택하는 내용들이 이번 권고안에는 법적 강제조항으로 명시돼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예컨대 비상장 대기업에도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감사위 구성도 전원 사외이사로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기업공개보다 개인 소유의 폐쇄성을 선택한 비상장 기업에까지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것은 위헌 소지까지 따른다는 지적이다.

또 상장 대기업의 감사위에서 사외이사 비중은 현재 3분의 2 이상으로도 견제기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이사추천위원회에서 사외이사는 물론 집행이사까지 추천하도록 한 내용에 대해서도 "사내 집행이사도 마음대로 선임하지 못해서야 기업할 맛이 나겠느냐" 는 반응이다.

이사의 시차임기제를 금지하는 것도 이사진이 한꺼번에 교체되는 데 따른 경영 단절 등의 문제점을 우려했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도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란 설명이다.

◇ 법개정까진 시간이 충분하다〓조원동 재경부 정책조정심의관은 "정부는 일단 지난해 도입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내용이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주력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趙심의관은 "올 상반기중에 개선 내용의 실효성을 철저히 검증해 하반기중 일부 보완할 생각이지만, 법무부 권고안에 기초한 법 개정은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진다" 고 설명했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법무부가 이번 권고안을 법제화하기 위해선 앞으로 상법 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지나칠 정도로 개혁적인 이번 권고안이 그대로 채택되기는 힘들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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