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CO₂사회도 ‘스타 전략’ 필요 … 국민 따라 할 녹색 영웅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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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이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녹색소비자’를 키워야 한다.”

이화여대 정순희(소비자학과·사진) 교수는 7일 이렇게 말했다. 9~10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테크플러스 포럼’을 앞두고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지식경제부가 후원하는 테크플러스 포럼에서 정 교수는 ‘녹색사회와 소비자’를 주제로 강연한다.

정 교수가 말하는 ‘녹색소비자’란 하이브리드카 같은 고효율·친환경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계층이다. 그는 “생산은 소비가 이끌게 마련”이라며 “두터운 녹색소비자층이 생기면 기업들도 녹색상품·서비스 개발과 판매에 열을 올릴 것이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색소비자를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다고 했다. 녹색구매에는 소비자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차량보다 비싸고 대중교통은 자가용보다 불편하다. 보통의 소비자는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녹색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 교수는 “정부가 나서 녹색영웅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유명 인사가 녹색소비자의 모범이 될 만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반복해 보여 주면 스타에 대한 동경과 모방심리 때문에 이를 따라 하는 계층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웬만한 연예인으로는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 힘들다”며 “예를 들어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 같은 국민적 수퍼스타가 녹색영웅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녹색소비자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소외계층이 생기는 데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녹색구매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빈곤층은 녹색소비 대열에 끼기 어렵고,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뿐 아니라 ‘녹색소비’라는 조류에 끼지 못한다는 문화적 소외감까지 느끼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저소득층은 고효율 가전기기를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정부가 강구해야 ‘녹색소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권혁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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