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무역수지 흑자 턱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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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월중 무역수지가 막판 집중수출에 힘입어 2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시설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이 수출 증가세를 크게 앞지르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급증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무역수지 목표(1백20억달러)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1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4월중 수출입 동향(잠정치.통관기준)' 에 따르면 4월중 수출은 1백36억4천만달러.수입은 1백34억1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들어 4월까지 무역수지 흑자 누계는 7억7천만달러에 달했지만 1년전 같은 기간의 70억9천만달러에 비해 63억2천만달러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4월중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18.6% 늘어난데 비해 수입은 47.4%의 급증세를 보이고 일평균 수입 규모도 6억2천4백만달러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4월중 수출 증가율은 지난 1~3월의 증가율 평균치 30.1%보다는 상당히 줄어든 수준으로 자동차산업의 노사분규, 구제역 파동 등에 따른 수출 차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산자부는 분석했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석달째 월중 내내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다가 월말 마지막날에야 무더기 수출이 집중돼 흑자로 돌아서는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수입은 일평균 수입액이 종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6년 4월의 5억8천1백만달러를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는 내수.수출 호조와 시설투자 확대에 따른 원자재.자본재 수입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분간 수입 급증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국제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입급증 등 원자재 수입이 51%, 반도체.컴퓨터 주변기기.일반기계 등 기업들의 시설투자 활황에 따른 부품.설비 등 자본재 수입이 42.9%를 차지했다.

그러나 소비재의 경우 승용차(2백8. 8%).쇠고기(1백66.1%) 등 일부 품목이 급증세를 보였으나 전체 수입에서는 6.1%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김상열 산자부 무역정책심의관은 "수입 급증세는 소비재보다 원자재와 자본재가 주도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잠재력 확충면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면서 "이달부터는 원유가격이 안정되고 수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월간 5억~10억달러 수준의 흑자를 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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