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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외금지 위헌' 이후 문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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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외교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대학생 과외, 중.고생 학원과외, 기술.예능과외만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현행 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해당 조항이 고액 과외 등 사회적 폐해가 큰 과외교습을 금지하자는 입법 목적을 벗어나 국민의 자녀교육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결정 이유다.

그러나 헌재는 현직 교수나 교사의 과외는 관련법에 따라 계속 금지되고, 고액 과외 등 사회적 폐단이 있는 과외는 규제 입법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리는 헌재의 결정으로 당장 빚어질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그 취지에 동감한다.

5공화국 정권에 의해 전면 금지된 뒤 몇차례 수정을 거쳐 온 과외금지 조치는, 대학생이 초등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허용하고 영어를 전공한 일반인은 금지시키는 등 다분히 행정편의적인 규제가 많았다.

사교육의 효율성보다 부작용 막기에 주력하다 보니 수요자나 공급자의 권리를 지나“?제한해 불만을 사기도 했다.

그 결과 불법 과외가 성행했으나 단속은 한계가 있었다. 이같은 점들을 생각하면 헌재의 결정은 기형적 과외금지 정책을 손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을 보면 걱정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장 과외가 완전 자유화함으로써 과외 수요가 증가하고, 특히 학원 유명 강사 등의 고액 과외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학부모 부담이 더 커지고, 사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인한 계층간 위화감이 재발하는 등 사회적 파문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불법 과외에 대한 일반의 경계심과 당국의 감시도 느슨해져 현직 교사나 교수의 불법 과외가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관계당국은 헌재의 결정이 가져올 수 있는 역작용들이 심화되기 전에 종합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헌재 의견대로 사회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가져올 수 있는 고액 과외나 현직 교사의 과외 등에 대해서는 규제입법을 서둘러야 하고, 과외 자유화로 인한 학부모들의 부담을 줄일 행정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외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개선하고 대학입시 개혁을 가속화하는 게 근본적인 처방이다.

따지고 보면 헌재의 결정에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도 과외금지 이후 20년 동안 국가가 근본수술을 게을리해 온 탓이다.

학부모들도 과외만능 풍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외의 주원인인 대학입시도 학력 위주 일변도에서 많이 다양화됐고 개혁작업은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고액 과외에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국민의 교육적 권리와 함께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야 과거의 혼란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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