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현동에 '달동네 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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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천에 국내 최초로 서민의 애환이 서린 '달동네 박물관' 이 내년말까지 건립된다.

박물관에는 ▶낡은 판잣집▶빛바랜 간판을 단 상점▶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등 정감어린 거리모습이 영화촬영 세트장처럼 축소 재현된다.

인천시 동구는 26일 12억5천여만원을 들여 송현동 44 수도국산(해발 50m) 일대에 부지 2백40여평을 마련해 '달동네 생활사 박물관' 을 건립키로 했다.

김창수(金昌秀)동구청장은 "아파트 문화속에서 우리의 가난했던 시절을 뒤돌아보기 위해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고 밝혔다.

수도국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달동네로 1994년 주거환경개선지로 지정돼 현재 아파트(3천여가구) 건립 및 공원(2만5천여평)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박물관은 ▶주전시실(80평)▶특별기획전시실(50평)▶비디오실 겸용 강당(50평)▶수장고(20평)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전시실에서는 달동네 풍경을 그린 미술작품전 등 각종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구는 이를 위해 공보실 직원 등을 동원해 철거현장을 뒤지거나 지역 주민들의 기증을 받아 소장 가치가 높은 물품 60여점을 확보했다.

이 중에는 수도국산 주민이자 중견화가인 정석원(47)씨가 인천시 미술대전에서 우수작을 수상한 '생활주변' 등 수도국산의 풍경을 담은 작품 4점도 들어있다.

또 붓글씨로 운치를 살린 문짝, 지번이 적힌 문패와 보안등 표지판, 나무로 만든 뒤주 등도 섞여있다.

동구 문화공보실 허준희(35)씨는 "살기가 고달프고 힘들때 박물관을 한번쯤 찾아 재기의 의지를 다지는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한편 수도국산 달동네가 형성된 것은 1900년대 초. 일본군이 현재의 중구 전동에 주둔하면서 밀려난 서민들이 정착하면서부터다.

이후 6.25전쟁을 거치면서 3천여채의 판잣집이 들어섰으며 80년대엔 모두 4천여채로 늘어났다. 수도국산의 원래 지명은 송림산이었으나 1909년 일본군이 인천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산 정상에 배수지를 설치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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