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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엔 초고층 … 강 건너 신의주엔 2~3층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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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5일 압록강을 따라 초고층 빌딩이 들어선 중국 단둥의 번화한 모습(사진 왼쪽)과 공장 굴뚝과 저층 건물만 보이는 압록강 너머의 북한 신의주(사진 오른쪽). [단둥=장세정 특파원]

5일 오전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마주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압록강을 따라 하류로 10㎞가량 내려가면서 보이는 단둥과 신의주의 풍경은 극과 극이었다.

중국 쪽에서는 수십 층 초고층 빌딩들이 치솟고 있었다. 상점마다 물건들이 넘쳐났다. 반면 강 건너 신의주는 화폐개혁 소식이 전해진 뒤로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활기찬 단둥=시내에서 압록강 하류를 따라 10여 ㎞ 떨어진 단둥의 신도시 랑터우(浪頭). 이곳에서는 중국이 채택한 시장경제의 활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압록강변 6㎞ 구간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한창이었다. 단둥시 신청사도 들어설 곳이다. 랑터우 일대 개발의 핵심은 신압록강대교의 단둥 쪽에 조성될 ‘신구구안통관구(新區口岸通關口)’였다. 신압록강대교는 10월 4일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북측과 합의했던 바로 그 다리다.

이 일대에는 장차 북한과의 국경 교역을 처리할 세관을 비롯, 복합 지원 시설들이 들어선다. 조감도를 보면 이곳에는 몇년 안에 최소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도록 돼 있다.

인근에는 싱가포르 자본이 참여한 최고급 아파트촌 싱가포르시티(新加坡城)와 마카오 헝허(恒和)그룹이 투자하는 프리미엄 아파트 공사도 진행 중이었다. 싱가포르시티 앞에는 ‘발전만이 옳다(發展才是硬道理)’는 홍보 간판이 북한 쪽을 향해 보란 듯이 내걸려 있었다.

단둥의 한 택시기사(55)는 “어릴 적에 압록강이 자주 얼어 건너 다니기도 했다”며 “인민을 잘살게 하겠다고 하면서 조선(북한을 지칭)은 왜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잿빛 신의주=압록강 건너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신의주 쪽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신압록강대교로 연결될 강 건너편은 나지막한 회색 건물들만 듬성듬성 보일 뿐 생기라곤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가장 높은 것은 공장 굴뚝들이었다. 그러나 연기도 잘 나지 않았다. 나머지 건물들은 단층이거나 2∼3층짜리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은 압록강을 순찰하는 해경 순시선이 종종 다녔지만 신의주 쪽에는 선박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폭설이 내린 데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위 때문인지 강변에 나온 주민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화교상인들을 비롯, 단둥의 북한 무역 일꾼들은 “이번 화폐개혁 조치가 2002년 7·1 경제 조치 이후 그나마 북한 경제에 생기를 돌게 했던 시장경제의 싹을 잘라버릴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북한 정권이 시장을 틀어쥐는 계획경제 강화에 이번 화폐개혁의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화교 무역상은 “(화폐개혁 조치는) 돈을 많이 번 개인 장사꾼들과 (북한)정부가 누가 이기나 한판해보자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화폐개혁 소식이 전해진 뒤 단둥에서 만난 한 북한 무역일꾼은 “화폐개혁 와중에 쌀값이 폭등했다는데 평양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께서 끼니라도 제때 챙겨 드시는지 모르겠다”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지 않은 압록강에는 오리 떼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신의주 쪽은 숨 죽인 채 아직은 말이 없었다.

단둥=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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