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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학생은 누구나 “한 소리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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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북대 법학과 2학년생들이 조희정(오른쪽)교수의 지도로 북장단에 맞춰 단가를 부르고 있다. 전북대 제공]


‘이 산 저 산~꽃이 피면~산림풍경~너른들~만자천홍~분명코 봄이로구나~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 허구나~나도 어제는 청춘일러니~오늘 백발 한심구나~.’

전북대 합동강당 105호 강의실. 낭랑한 목소리가 계단 강의실에 가득 울려 퍼졌다. 노래는 듣는 사람이 절로 추임새를 넣고 싶을 정도로 흥에 겨웠다. 청춘의 짧고 덧없음을 사계절의 변화에 빗대 표현한 우리 전통음악인 단가 ‘사철가’였다.

북 장단에 맞춰 사철가를 낭랑하게 뽑아대던 학생들은 이 학교의 2학년생 40여 명이었다. 학생들은 지난 9월부터 일주일에 2시간씩 16주간 소리공부를 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발성법을 배우고 음계, 장단, 사설, 단가, 판소리 등을 차례로 익혔다.

이승용(법학과)씨는 “판소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달라붙을만큼 장단이 감칠맛 나고 애절하면서, ‘백설이 펄펄 휘날려 월백설백 천지백한 겨울’등 자연을 손에 잡힐 듯 표현해 신토불이 음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노래를 부르노라면 ‘시간을 헛되게 흘려 보내지 말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즐겁게 살아야 겠다’는 감정이 절로 일어 난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판소리 강좌를 신청했다는 이혜진(스페인 중남미어문학과)씨는 “높은 소리를 꺾고 돌리는 ‘타루’기교나 사설에 모르는 한자성어나 단어들이 많아 처음에는 생소하게 들렸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실제 배워보니 생각만큼 어렵지 않고 술술 익히게 되더라”며 “앞으로 장기자랑 대회는 물론, 노래방 등에 가면 대중가요만 부를 것이 아니라 우리 소리를 한 자락쯤 뽐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북대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우리국악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해부터 ‘전통음악’강좌를 교양필수으로 개설해 2년째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판소리·단소중 하나를 택해 한학기 동안 배운다. 이번 학기에는 23강좌에 1000여 명이 수업을 듣고 있다. 강사로는 조통달·김일구 명창을 비롯해 내로라 하는 정통 국악인들이 나온다. 이 강좌는 전북대생이면 누구나 ‘판소리’ 한 대목, 혹은 ‘단소’ 한 곡조쯤은 부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화동 한국음악과 학과장은 “소리의 고장인 전주출신으로서 국악을 모르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8일에는 경연대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판소리·단소를 각각 개인·단체 등 4개 분야로 나눠 50여 팀이 참가해 한 학기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냈다.

이날 경연대회에 윤이나(21·법학과 2년)씨는 같은 학과 친구인 이효재·손은정씨와 함께 참가해 장려상을 받았다. 윤씨는“한 학기동안 판소리 수업은 늘 기다려질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배운 계기였다”며 “앞으로 국악 공연장을 자주 찾고 싶다”고 밝혔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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