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봉에 올라서자 온 바다가 들먹였다
하산하다 머문 곳이 해발 오백의 안평전
회갑을 막 넘겼지만 눌러 살고 싶어졌다.
스물 둘에 어린 남매 품에 안고 월남하다
폭격으로 낭군은 가고 남은 식솔 아득한 나날
서울의 아들 딸 짝짓고 노부모는 산에 모셨다.
헌신 끝에 내린 결심 노인 홀로 신접살림
그의 발은 오토바이 뒷바퀴엔 보조바퀴
텃밭엔 명이며 부지깽이 십년 남짓 가꾸었다.
안개 속 보라색 수국 등불되어 내걸린 곳
진분홍 앵두쥬스 갈증마저 씻어준 곳
인연도 말갛게 거두고 여생 또한 바다 같다.
*안평전〓울릉도 해발 5백m에 있는 작은 마을.
◇ 시작노트
작년 울릉도 성인봉을 등정하고 하산하다가 안평전의 張할머니를 만났다. 그가 10여년전 회갑 무렵에 울릉도에 온 것이 이곳에 여생을 맡기게 된 동기가 됐다.
지금은 손주까지 두었다. 섬에 오기 전 운전면허를 땄으나 10여년간 오토바이를 굴리며 살아왔을 뿐, 70을 넘기고서야 안전이 염려돼 뒷바퀴에 보조바퀴를 달았다.
또다른 '여자의 일생' 을 나는 보았다.
<약력>약력>
▶충북진천생 ▶조선일보 신춘문예당선, 등단. ▶시조집 '내 영혼 銀 스푼은' 등 10여권. ▶한국문학상.중앙시조대상.육당시조문학상.가람시조문학상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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