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초등학교까지 통폐합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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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일원동 영희초등학교와 대청초등학교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대청초등학교 학생 수가 2008년 321명(12학급)에서 2014년 239명(11학급)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학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의창] 저출산 재앙에 서울도 학생 부족 심각

영희초등학교 학생 수도 같은 기간 649명(24학급)에서 364명(17학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1982년부터 교육의 효율성과 재정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전국에서 5402개의 초·중·고교가 통폐합됐지만, 대부분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지역이었다.

이제 학교 통폐합은 부산·광주 등 대도시로 확산하기 시작했고, 서울에서도 그 첫 사례가 나올 판이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의 통폐합은 지방만의 일이 아니라 서울에서도 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저출산의 재앙이 사회 각 부문에서 현실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서울, 그것도 교육 여건과 보육 환경이 좋다는 명문 학군 강남에서 초등학교 통폐합이 추진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이를 워낙 적게 낳은 결과 초등학교에 다닐 학생이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8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그나마 전국평균이 이렇지 서울은 이보다 낮은 1.01명이고, 강남구는 0.82명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하위 수준이다.

그 옆 서초구도 0.97명으로 역시 채 한 명이 안 된다. 이처럼 서울 강남·서초구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집값이 워낙 비싸 내집 마련이 어려운 데다 높은 교육비와 양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리고, 결혼 자체를 기피하는 고학력 전문직 미혼여성의 비율 또한 높아서 그렇다.

서울에는 한 반에 학생 수가 40명을 넘어서는 초등학교(은평 역촌초등학교 43.4명)도 상당수지만 15.5명(종로 교동초등학교)에 불과한 미니학급도 있어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71년 580만여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전국의 초등학생 수는 올해 347만4395명으로 지난해보다 19만7812명 줄었다.

2005년 402만 명이었던 것이 불과 4년 만에 55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학생이 줄어들어 문제지만, 이들이 성장해 중·고교나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중·고교와 대학도 영향권 안에 들어갈 것이 뻔하다. 고등학생은 2011년, 대학생은 2014년부터 감소세로 바뀐다.

초등학교는 2012년, 중학교는 2015년, 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학교 수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다는 통계청 분석이다. 저출산의 여파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다. 그래도 학교 통폐합은 교육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충분히 설득하는 등 무리 없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 수 감소에 맞춘 학교의 구조조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아 기르도록 출산과 보육 인프라를 확 바꾸는 일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친 사회는 희망이 없다. 마찬가지로 학교가 자꾸 통폐합되는 사회도 미래가 없다.

글 양재찬 월간중앙 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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