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차선만 남은 신세기통신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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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통신부문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신세기통신 인수문제로 SK텔레콤과 후발 통신사업자 사이에서 공정거래위가 고민하고 있다.

시장점유율로만 보면 공정위는 고민할 것도 없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경쟁기업을 인수하면 안그래도 독과점적인 시장을 더욱 비경쟁적으로 변질시키리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뻔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반독점법에 걸어 제재하려함으로써 공정거래위는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됐다. MS 사건은, 경쟁당국은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 제고보다 '경쟁적 시장조건의 유지' 와 소비자 복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이 절실할 정도로 인수대상기업의 경영부실이 심각한 경우 또는 ▶수입자유화 등으로 시장진입 장벽이 낮아져 향후 언제라도 경쟁자가 나설 수 있는 여건이면 독과점적 시장일지라도 기업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세기통신의 경우는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문제는 이미 수개월 동안 진행된 기업 결합을 이제 와서 되돌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기업 결합의 독과점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차선책이라는 얘기다.

경쟁 업체들은 "'정보통신부가 제시했듯이 '단말기 보조금을 줄여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추는 것을 조건으로 인수를 허용할 것"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축소는 경쟁을 생명으로 하는 기업에 경쟁을 하지 말라는 주문으로서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후발 업체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런 '눈감고 아웅' 식의 조건부 인수 허용보다는 더 투명한 조건을 붙여 독과점의 폐해를 견제해야 한다. 우선 인수후 독과점 폐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SK텔레콤이 앞으로 일정 기간 통신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또 경쟁 여건을 강화하기 위해 후발 통신사업자간의 기업결합과 외국통신업자의 국내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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