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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청 상명대 총장 “사생활 침해 ? 기본 갖췄을 때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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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명대 전체 전임 교수 293명의 성적표를 학교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한 이현청(61·사진) 총장이 대학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교수들의 업적 평가 결과와 순위를 공개해 교수들을 벌거벗긴 일 때문이다.<본지 12월 4일자 1면> 이 총장은 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교수가 바뀌어야 대학이 살고 학생들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성적표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교수 성적표 공개로 교수사회가 들끓는다.

“대학은 교수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대학에는 사회와 다른 온정주의 풍토가 있다. 일단 교수만 되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보호받는 것이다.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가 있는 반면 온정주의 ‘우산’ 속에 안주하는 이들도 있다. 업적 평가 공개는 교수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불어넣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성적표엔 교수들의 등수가 다 나와 있다.

“교육·연구·봉사 분야로 나눠 점수를 매긴 뒤 합산해 등수를 낸 것이다. 부총장 이하 보직 교수들도 똑같이 평가받았다. 보직을 맡느라 연구를 못 해 순위가 나쁘게 나온 교수들도 있다.”

-교수 성적 공개로 교육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겠는가.

“안주하는 이들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은 분들께 내년부터 인센티브를 드리고, 그렇게 해 교수 사이에서 최고 연 2000만원 차이가 나도록 할 것이다. 몇 년간 이렇게 하면 굳이 순위 발표를 안 해도 선의의 경쟁 체제로 가게 될 것이다.”

- 파격적인 실험을 할 만큼 대학이 위기인가.

“아직도 상명대가 여자대학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중상위권인데 외부 인지도는 이만 못 하다. 대학이 나아지려면 테뉴어(정년보장)를 받은 교수들이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해 줘야 한다. ”

- 교수들의 불만이 커지지 않나.

“지금까지 모든 대학의 업적 평가는 교수 개인만 알 뿐이었다. 이를 공개한 데 대해 교수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떤 교수들은 프라이버시(사생활) 침해라고 한다. 하지만 프라이버시도 기본을 갖췄을 때 할 얘기다. 어필(항의) 없는 평가 봤나.”

 -성적표 공개 이후엔 무엇을 하나.

“ 강의실 혁명을 이루고 싶다.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수 동료 간 튜터링 제도를 시행하려 한다. 좋은 강의 교수법을 서로 나눠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다. ”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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