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륙 5백주년 기념식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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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포르토 세구로(브라질) AP.dpa〓연합]브라질에서 유럽인들이 5백년 전 브라질을 발견한 것을 기념해 열리려던 행사가 원주민들의 격렬한 시위로 무산됐다.

원주민 2천여명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22일 포르투갈인 탐험가 페드로 알바레스 카브랄이 브라질에 첫발을 내디딘 포르토 세구로 일대에서 포르투갈의 '침략' 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카브랄의 브라질 발견은 '침략' " 이라 규정하고 기념행사를 준비한 당국에 거세게 항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이를 진압하던 경찰이 충돌해 원주민 15명이 부상하고 1백40여명이 체포됐다.

5백년 전 5백여만명에 이르던 브라질 원주민은 현재 33만여명에 불과하다.

이날 시위에는 경찰의 제지로 원주민 시위대와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흑인 인권단체와 학생.노동자들도 참여했다.

브라질 당국은 시위에 대비해 포르토 세구로와 주변지역에 6천6백여명의 대규모 경찰병력을 배치했었다.

이에 앞서 페르난두 엔리케 카르도주 브라질 대통령은 시위 격화에 따라 조르제 삼파이오 포르투갈 대통령과의 오찬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카르도주 대통령은 오찬에서 "지난 5백년 역사의 일부인 사회적 상처에 대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며 "이번 기념행사가 과거를 미화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는 말로 시위대를 달랬다.

삼파이오 포르투갈 대통령도 "영광과 비극, 자유와 종속이 혼재된 역사지만 이를 거부하기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밑거름으로 삼자" 고 촉구했으나 시위대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카브랄은 1500년 4월 22일 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브라질 페드로 세구로에 상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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